[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대한민국 패션의 공룡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대한 고율의 수수료와 타 플랫폼 입점 제한을 강요했다는 ‘갑질’ 의혹에 휩싸이며 10조원대 상장 가도에 잡음이 생겼다. 플랫폼 종속 심화로 신생 브랜드들의 자립이 불가능해진 기형적 생태계 속에 ‘택갈이’ 논란 등 관리 부실까지 겹치면서, 강화된 과징금 기준을 앞세운 공정위의 칼날이 무신사의 도덕성과 기업가치를 정조준하고 있다.
무신사는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대한민국 패션 생태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권력’으로 성장했다.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티로 출발했던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GMV)은 현재 약 4조5000억원 수준으로, 2025년 연 매출 1조467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대 수수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여성 패션 플랫폼 ‘29CM’와 ‘솔드아웃’을 인수하며 고객층을 전방위로 확대했고, 최근에는 물류 시스템 고도화와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패션 제국을 건설 중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까지 포섭하며 입점 업체만 8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 “신생 브랜드의 생사는 무신사 입점 여부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이 입점 업체에게는 ‘높은 문턱’이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무신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7.8%로, 쿠팡(12.3%), G마켓(11.7%), 네이버(6.3%) 등 주요 플랫폼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판로 개척이 절실한 중소 브랜드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율의 수수료를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입점 업체들은 무신사가 거래 과정에서 이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갑질’을 부려왔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수수료는 물론 각종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 비용까지 전가하며 “팔수록 남는 게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입점 업체들의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한 경우도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입점 업체들과 파트너십 협약을 맺으면서 ‘서면 합의 없이는 타 플랫폼 입점 제한’ 또는 ‘판매 채널 확대 시 사전 협의’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소 브랜드의 판로 확대를 막고 무신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또 입점 업체에 대해 상품 가격과 재고 등을 자사 플랫폼에 가장 유리하게 설정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납품업체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다른 플랫폼이 가격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문제 소지가 있는 대표적 독과점 행위인 ‘최혜대우(MFN)’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
업체들 옥죄는 ‘패션 공룡’
계속되는 갑질 논란 정조준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단순 중개를 넘어 브랜드 큐레이션과 마케팅, 화보 촬영 지원, 데이터 분석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질 수수료는 경쟁업체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현장 조사를 마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주요 유통기업에 조사관을 파견해 시장 지배력이 강한 플랫폼 업체들이 납품 업체에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27일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무신사 본사 다수의 조사관을 파견해 납품 거래 내역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유통 플랫폼 불공정 행위는 쿠팡이 경쟁사인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경쟁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판단해 제재에 나섰다.
일부 브랜드에 대해 ‘올리브영 전용 상품’ 운영을 사실상 강제하고, 경쟁 플랫폼 판매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대해 법원은 올리브영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인정하면서도 납품업체들이 다른 플랫폼에도 입점할 수 있는 ‘자유의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정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는 계약서상 동의가 있더라도 실질적 자유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4년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에 입점한 업체 중 약 50%가 무신사를 통한 매출 비중이 전체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수료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을 떠날 수 없는 구조라면, 이는 선택이 아닌 종속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무신사를 통해 성장한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퇴점했지만, D2C(자사몰 중심) 전환 이후 수익성 악화를 겪으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1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현재는 3000억으로 급락한 상태다. 결국 최근에는 쿠팡 입점을 선택하며 사실상 플랫폼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마르디 메르크디가 패션 플랫폼이 아닌 생활용품 위주의 플랫폼에 입점한 것은 패션 브랜드로서 드문 일”이라며 생존을 위해 이미지 타격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입점 제한에 최혜 대우까지
반복되는 플랫폼 종속 논란
국내 패션 생태계에서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며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와 함께 ‘3마’로 불리던 마르디 메크르디조차 무신사라는 거대 플랫폼을 떠난 후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소규모 브랜드들은 ‘떠나는 순간 무너진다’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입점 브랜드들의 종속적 형태에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플랫폼 유통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달 대규모유통업법 등 관련 고시를 개정해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상향 조정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기존 60~140% 수준이던 기준율을 80~200%로 높였으며, 하도급법과 대리점법 등 주요 공정거래 관련 법령 역시 일제히 기준을 강화했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습적인 ‘갑질’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였다.
그동안 플랫폼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은 전체 매출이 아닌 ‘위반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구조여서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제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무신사는 지난 3월 ‘택갈이’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입점 브랜드 중 일부가 중국산 저가 상품의 라벨만 교체해 자체 제작 상품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이 입점 업체 검증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무신사는 택갈이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적발 시 무신사와 29CM 등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업체를 영구 퇴출한다는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놨다.
부실한 관리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택갈이 논란은 무신사의 상장 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약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만큼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실한 관리 역량까지 드러난 가운데, 독점 구조와 입점 업체 종속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경우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규제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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