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함 속 연고, 화장대에 올라가다?]
여러분, 이 광고 아시죠? 옛솔, 칫솔, 마데카솔!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가지고 무릎 까져서 울면서 집 들어가면 엄마가 항상 제일 먼저 꺼내오시던 게 있었잖아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발라봤을 국민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무릎 까졌을 때 바르던 이 연고를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얼굴에 바르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연고를 얼굴에 왜?" 싶지만 상처를 회복시키는 성분이 이제는 피부 진정과 재생을 돕는 화장품으로 재탄생한 겁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그냥 생긴 건 아닌데요. 자 오늘 4인용 책상에서는 순수 제약회사였던 동국제약이어떻게 화장품 시장까지 접수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권기범 회장의 역발상 경영법까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프리카 호랑이풀과 권기범 회장의 '본질 경영']
일단 이런 생각이 들죠? "아니 마데카솔이 왜 갑자기 화장품이 된 거야?" 이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청정구역에서 자란다는 '센텔라 아시아티카'라는 식물인데요. 이름이 되게 어렵죠? 우리말로는 그냥 병풀입니다 병풀. 현지에서는 이 풀을 호랑이풀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사람들이 보니까 다쳐서 상처를 입은 호랑이가 그 풀밭에 가서 막 이렇게 뒹굴더래요. 상처 난 몸을 풀밭에 문지르면서 스스로 상처를 회복했다는 거죠. 동국제약은 바로 이 식물에 주목했습니다. 1970년 동국제약은 이 성분으로 만든 약을 국내에 선보이는데요. 그 약이 바로 마데카솔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마데카솔이랑 마다가스카르랑 이름이 좀 비슷하지 않나요? 마데카솔은 출시 이후에 아시다시피 후시딘과 함께 상처치료 연고의 양대 산맥이 됩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동국제약 내에서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동국제약 창업주의 2세, 회사를 이끌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때 권 회장의 고민은 하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 특히 그는 주력 제품들의 리브랜딩에 집중했습니다. 마데카솔도 마찬가지였죠.그는 "마데카솔이 앞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지금처럼 오래된 연고로 남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이 마데카솔을 수많은 연고 중 하나가 아니라 딱 상처 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런 약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죠. 권기범 회장은 그 답이 마케팅에 있다고 생각하고 두 가지 전략을 세웁니다. 하나는 뭐냐면 아까 이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이 뭐라고 그랬죠? 센텔라 아시아티카. 그니까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식물성 성분이다, 이거를 강조하는 거였고요.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 머릿속에 확 박힐 만한 문구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때 나온 광고 카피가 그 유명한 '새 살이 솔솔'입니다. 이 말 한마디가 사람들 머릿속에 제대로 박히게 되죠. 이런 과정 속에서 마데카솔은 그 치열한 연고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등 강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새살을 돋게 한다면 어쩌면 피부도?" 역발상 승부수]
사실 이 제약산업, 특히 일반의약품 사업은 한국에서 성장하기엔 딱 한계가 있어요. 왜? 우리나라 인구수가 5천만 명밖에 안 되잖아요. 뭐 사람들이 맨날 다쳐가지고 연고를 바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30조 원 정도거든요. 많아 보여도 이것도 해외 대형 제약사들이랑 막 싸워가지고 자기 걸 따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국내 제약회사들은 늘 "아 뭐 새로운 먹거리 없나?"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기범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근데 이때 권 회장의 머릿속에는 이런 질문이 번뜩 떠오릅니다. "아니 마데카솔 성분이 새 살을 돋게 하잖아? 그럼 이제 나이 든 피부도 새 피부처럼 재생시킬 수는 없을까?" 이 질문 하나가 K-뷰티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데요. 사실 제약회사 하면 일단 신뢰가 가잖아요, 막 다 검증된 제품들 같고. 동국제약은 이 신뢰의 이미지를 무기로 화장품과 의약품을 결합한 이른바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는데 이때 당시 동국제약 내부에서 "아니 멀쩡히 약 잘 만들어서 돈 잘 벌고 있는데 왜 굳이 화장품 만든다고 고생을 합니까?" 하면서 반대 목소리가 꽤 컸대요. 이때 권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니 우리가 약을 왜 팔아? 사람들 삶을 더 낫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 근데 소비자들이 피부 재생으로 행복감 느껴서 삶이 좀 더 좋아지면 그게 우리 본질 아니야? 방식이 연고면 어떻고 화장품이면 어떤데. 그 경계를 우리가 굳이 한정 지어놓을 필요가 있나?" 아니 회장님이 이렇게 제약업의 본질, 목적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직원들이 무슨 말을 더 합니까? 그냥 "아 예 맞습니다" 해야지. 이런 스토리를 거쳐서 동국제약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제약회사의 '신뢰'를 팔다. '마데카 크림']
2015년 동국제약이 드디어 '센텔리안24'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야심차게 '마데카 크림'을 내놨는데요. 반응이 과연 어땠을까요? 대박이 납니다. 처음 마데카 크림을 냈을 때는 화장품 매출이 한 160억 정도였거든요? 근데 매년 매출이 수직 상승을 하면서 현재 마데카 크림은 누적 판매량 7천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이잖아요. 그냥 수치로만 계산하면 대한민국 성인 여성들이 최소 두 번 이상은 써본 그런 국민 화장품이 된 거죠. 전문 화장품 회사도 아니고 제약회사가 만든 화장품이 왜 이렇게 대박이 났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신뢰가 옮겨간 겁니다. 사실 우리 화장품 광고에서 주름 개선, 피부 재생 이런 거 많이 보잖아요. 근데 솔직히 우리 그거 다 믿어요? 반신반의 하잖아요. 그런데 제약회사가 "이거 피부 재생에 좋습니다!" 이러니까 되게 그런 것 같고, 말의 무게가 다른 거예요. 그리고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마데카솔이 뭔지 알고 있었고 그 성분을 그대로 얼굴에 바른다는 거 하나만으로 이미 뭐 다른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었죠. 내가 이미 아는 거, 써본 건데. 마데카솔에 대한 신뢰가 그대로 마데카 크림으로 넘어간 겁니다. 그러니까 권기범 회장이 진짜 똑똑했던 게 새로운 브랜드를 아예 그냥 맨땅에서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믿고 있던 이름과 성분을 자연스레 새로운 시장으로 옮긴 겁니다.
이 마데카 크림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이 동국제약이라는 회사의 체급 자체를 아예 바꿔버려요. 예전 동국제약의 매출은 약 2천억 원대 중반 정도였어요. 물론 적은 돈이 아니죠. 근데 화장품 사업이 커지면서 전체 매출이 7천억 원대 이상 지금은 매출 1조 원을 눈앞에 둔 회사로 커졌습니다. 제약업계에서 말하는 '연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겁니다. 이렇게 마데카 크림은 단순히 인기 상품을 넘어 동국제약의 성장을 이끈 핵심 제품이 되면서요 제약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한계, 누가 만든 건가요?"]
연고를 상처 난 곳에만 발라야 한다는 그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 있었다면 마데카솔은 아마 영원히 구급함 속의 그 초록색 연고로만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권기범 회장은 새 살을 자라게 한다는 제품의 진짜 본질을 꿰뚫어보고 마데카솔을 구급함이 아닌 화장대로 가져와 뷰티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한번 질문해볼까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가진 장점을 이 구급함 안에만 가두어두고 원래의 방식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마데카솔의 이야기처럼 본질만 확실하다면 그 활용의 방식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오늘 동국제약의 역발상 스토리가 여러분께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요. 오늘 4인용 책상,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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