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완료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목표였던 지역산업 육성과 지역인재 정착 효과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 인프라와 정주 여건은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정작 지역경제의 자생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조성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관만 내려간 반쪽 균형발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혁신도시 지역은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도 인구 감소와 낮은 산업 연계 효과가 이어지며 지방소멸 위기까지 겹치는 상황이다.
"기관만 이전했을 뿐"…지역산업 육성은 여전히 제자리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단순한 행정기관 재배치가 아니라 지역경제 성장 거점을 만드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자립형 혁신도시 조성을 목표로 내걸고 2010년부터 추진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에선 2019년까지 총 105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역산업 육성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지역산업 육성 사업비 집행률은 80.7% 수준에 그쳤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계획 대비 집행률이 22.5%에 불과했고 부산 역시 56.9%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기관은 2년 연속 사업비 집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석유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전KDN 등이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이 있음에도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배경에는 지역업체 참여 저조, 사업계획 변경, 투자 시기 조정, 예비타당성 조사 지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역산업과 공공기관 간 실질적인 연계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역시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뚜렷했다. 2025년 기준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 분양률은 계획 대비 81.8% 수준이었지만 실제 입주율은 56.6%에 머물렀다.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기업 유치와 산업 집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당수 지역에서는 여전히 산업 생태계 구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도시가 조성된 일부 지역은 여전히 인구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히려 부산 영도구는 2015년 대비 인구가 17.5% 감소했고 울산 중구는 14.0%, 전북 완주군은 10.8% 줄었다.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 역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지역이 적지 않았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2015년 대비 2022년 GRDP 증가율이 19.5%로 전국 평균인 33.5%를 크게 밑돌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경제 구조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과 지역 전략산업,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혁신도시가 단순한 행정도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이전 공공기관 상당수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 생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체 105개 기관 중 60개 기관이 수도권행 셔틀버스를 운영했고 2010년부터 2025년까지 투입된 관련 예산만 약 1989억원에 달했다.
지역인재 채용 확대에도 특정 대학 쏠림…"정착형 인재 육성 필요"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또 다른 핵심 목표는 지역인재 육성과 청년 정착이었다. 정부는 혁신도시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그 결과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8년 23.4%에서 2025년 38.3%까지 상승했다. 지역인재육성 사업비 집행률 역시 2024년 기준 98.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양적 확대와 달리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지목된다. 한국전력공사의 지역인재 채용 가운데 상위 2개 대학 출신 비중은 76.9%에 달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76.2%, 국민연금공단은 77.1%, 한국관광공사는 83% 수준이었다. 지역인재 채용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거점 국립대와 주요 대학 중심으로 채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청년들의 정착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전 공공기관들의 퇴사율은 지방 이전 이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관 평균 퇴사율은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상승했다. 강원 지역은 5.38%, 제주 지역은 6.08%까지 높아졌다. 생활 기반과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 부족 등이 장기근속과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전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직원들이 수도권 생활권을 유지하는 현상은 지방이전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105개 기관 가운데 기관장이 실제 이전하지 않은 기관은 46곳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진정성있게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향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단순히 기관을 어디로 보낼 지 수준에 그쳐선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전 기관과 연계 가능한 지역 전략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지역대학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주 여건 개선과 생활 인프라 확충, 청년 일자리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해야 지방이전 정책이 실질적인 균형발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재직자 퇴사 및 신규채용에 따른 지방인재 비중 확대와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후관리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지역 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향후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과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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