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맞추려 단축 합의…특례조항 적용 회피 탈법"
2시간으로 유지된 합의도 "실제 근로시간과 괴리…무효"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울산 지역 택시 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임금협정은 개정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1일 2시간'으로 과소하게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합의도 실제 근로 시간과 상당한 차이가 나 무효라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택시 기사 박모씨 등이 울산 지역 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수입금에서 일정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초과운송 수입금)는 자신들이 가지면서, 회사로부터 기본급 등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았다.
이중 기본급은 회사와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지급되는데, 2009년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으로 최저임금에 초과운송 수입금을 포함하지 못하게 되자 양측은 소정근로시간을 서서히 단축해왔다.
회사별로 1일 소정근로시간이 7.33시간(2007년)→2.85시간(2018년), 5.26시간(2006년)→2.75시간(2019년), 4시간(2004년)→2.5시간(2018년) 등 형태로 단축됐다.
앞서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 근로환경 변화 없이 단순히 소정근로시간만을 줄인 것은 탈법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고, 이에 박씨 등 택시 기사 15명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박씨 등은 1심에서 전부 패소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이뤄진 것으로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할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 1명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항소한 나머지 8명에 대해선 1심과 같이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이 재차 불복해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택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대해 "특례조항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의를 했고,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단축 합의는 특례조항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기존 '2시간'이던 1일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합의도 무효라고 봤다.
그 무렵 울산 택시 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과 비교해도 현저히 짧은 2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의 주된 목적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실제 근로 시간과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상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해선 근로자 보호규정의 예외가 인정되지만, 이들 택시기사들을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 낮고 임시적, 일시적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유지한 경우에도 기존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 시간과 현저히 괴리돼 비현실적인 시간으로 정해지는 등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 근로 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어 탈법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 그런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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