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양국 정부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합의’에 머물렀던 협력을 공식화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하기 위한 미국의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을 받으면서 장기적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조선업 협력을 위한 상설 기구 ‘한미 조선 파트너십 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양국 정부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협력 방안을 공식화한 첫 사례다.
MOU에 따라 올해 워싱턴DC에 설립할 파트너십 센터는 양국 기업의 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선업계는 정부 간 공식 소통 채널이 생기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 수주나 규제 완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정부가 협력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소통하거나 규제 해소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한 군함 건조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점도 주목된다. 미 국방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해외 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신설했다.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마스가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조선소에서의 함정 건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미국 법상 자국의 해군 군함은 원칙적으로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 법적 제약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한국 조선소가 미 군함을 건조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 우회적 협력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 해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5월 조선 계획’에도 동맹국의 조선 능력을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서의 골자는 미 해군이 2055년까지 트럼프급 전함 15척을 도입하는 것이다. 트럼프급 전함은 ‘황금 함대’ 계획의 핵심이다. 빠르고 거대한 전함을 중심으로 신형 함대를 구성해 중국의 잠재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5년간 1척당 최소 145억달러(약 21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문서에는 ‘미국 내 함선 건조가 최우선이지만 필요한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동맹 및 파트너의 조선 역량이 생산을 보완할 수 있는지 해외 옵션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대형 군함은 수백 개 블록과 모듈을 조립해 만드는 구조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대규모 모듈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선박 건조 역량이 충분치 못한 만큼 국내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당장은 법적 제약으로 막혀 있지만, 하나씩 풀리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군함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조선 3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차세대 호위함 ‘FF(X)’ 사업의 후속 건조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최근에는 미 해군연구청의 연구 과제 2건을 수주하고,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과 미래 무인함정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미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미 해군 함정 설계 전문 기업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미국 및 동맹국 해군 함정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미 함정 건조 시장 진출을 위한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방산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전함 분야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하지만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달 미국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참여를 공식화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현지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북미 지역의 상선·플랜트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해외 조선소에서 전함 건조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동맹국인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중은 다르겠지만 국내 조선 3사에 비슷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법적 제약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한미 조선 협력이 가속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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