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유산] 고막원천 상류, 함평 땅속에 잠든 마한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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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N유산] 고막원천 상류, 함평 땅속에 잠든 마한의 흔적

뉴스컬처 2026-05-14 10:47: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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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예덕리 고분군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함평 예덕리 고분군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전남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 일대의 고분군이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지정 명칭은 ‘함평 예덕리 고분군’이다. 함평군에서 처음 나온 사적 지정 사례다. 예덕리 고분군은 영산강 지류인 고막원천 상류에 자리한다. 3세기 후반부터 5세기 전반까지 조성된 마한 고분군이다. 고분 14기가 확인됐다. 주거지와 토기가마, 경작지, 의례 유구도 조사됐다. 무덤과 생활 공간, 생산 흔적, 의례 흔적이 한 유적 안에서 확인된 복합 유산이다. 지정 면적은 54필지 72,789㎡(약2만2천 평)다. 문화유산구역은 12필지 14,059㎡(약 4천2백 평), 문화유산보호구역은 42필지 58,730㎡다.

◇고막원천 상류에 남은 마한 제형분

함평 예덕리 고분군은 ‘만가촌 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고분군이 있는 고막원천 상류는 영산강 유역 마한 세력의 활동을 살피는 데 중요한 지역이다. 예덕리 일대에는 마한 전통의 제형분이 집중돼 있다. 제형분은 평면 형태가 사다리꼴에 가까운 분구묘를 말한다. 분구묘는 흙을 쌓아 만든 무덤 형태다. 예덕리에서는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제형분 14기가 확인됐다. 고막원천 권역에서 조사된 마한 고분 가운데 분구 규모와 수량 면에서 비중이 큰 유적으로 평가된다.

시기 역시 빠른 편이다. 3세기 후반부터 5세기 전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무덤이 조성됐다. 영산강 유역 초기 고분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고, 이후 어떤 형태로 변화했는지 살필 수 있는 자료다. 1994년부터 진행된 세 차례 시·발굴 조사에서는 예덕리 고분군의 조성 방식이 확인됐다. 가장 큰 특징은 무덤의 확장 방식이다.

기존 무덤 옆에 새 무덤을 붙여 조성하는 수평 확장이 나타났다. 기존 무덤 위에 다시 새 무덤을 올리는 수직 확장도 확인됐다. 하나의 무덤이 한 번에 완성된 뒤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일정 기간 여러 차례 손을 대며 규모와 매장 공간을 늘린 형태다.

한 분구 안에 여러 매장시설을 두는 다장(多葬) 장법도 확인됐다. 다장은 한 무덤 안에 여러 사람을 매장하는 방식이다. 마한 고분에서 자주 확인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예덕리 고분군은 다장 장법과 분구 확장이 한 유적 안에서 같이 나타나 마한 장례 방식의 변화를 살필 수 있다. 매장시설의 변화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목관 또는 목곽을 사용한 무덤이 중심이었다. 이후 영산강 유역 고분을 대표하는 대형 옹관묘가 병존하고 확대됐다. 목관묘에서 옹관묘로 변화하는 과정은 마한 묘제 연구의 핵심 자료로 꼽힌다.

함평 예덕리 고분군 출토 유물. 사진=국가유산청
함평 예덕리 고분군 출토 유물. 사진=국가유산청

 

◇생활 흔적까지 남은 고분군

예덕리 고분군의 가치는 무덤에만 있지 않다. 고분 주변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구도 확인됐다. 주거지 7기, 토기가마 2기, 경작지 2기가 조사됐다. 주거지는 마한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을 보여준다. 토기가마는 그릇을 만든 생산 시설이다. 경작지는 농경 활동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고분과 생활 유구가 같은 공간에서 확인됐다는 점은 예덕리 고분군을 장례 유적만으로 볼 수 없게 한다.

죽은 이를 매장한 공간과 산 사람이 생활한 공간이 가까운 범위에서 확인된다. 당시 공동체가 무덤을 어떤 위치에 만들었고, 주변 생활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필 수 있다. 마한 사회의 생활권과 장례 공간 배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다.

예덕리 고분군에서는 이형토갱(異形土坑) 9기도 발견됐다. 이형토갱은 형태가 일반 구덩이와 다른 특수한 유구다. 의례를 위해 나무기둥을 세웠던 흔적으로 해석된다. 고분군마다 이형토갱의 형태는 다르게 나타난다. 예덕리의 이형토갱은 마한 사람들이 장례 공간에서 어떤 의식을 치렀는지 살피는 근거가 된다. 죽은 이를 위로하고, 후손의 안녕을 비는 의례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다.

무덤, 다장 장법, 의례 구덩이가 같은 공간에서 확인되는 점도 중요하다. 매장 행위가 시신을 묻는 절차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신앙과 의례 질서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예덕리 고분군은 마한 사회의 정신문화와 장례 관습을 해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옥류·철기·토기가 말하는 생활과 위계

출토 유물도 다양하다. 소환옥, 곡옥, 수정옥 같은 옥류가 나왔다. 옥류는 장신구나 의례품 성격을 가진다. 착용자나 매장자의 지위, 당시 장식 문화를 살피는 자료다. 철도끼와 소형괭이 같은 철기류도 확인됐다. 철기는 농경과 목재 가공, 생활 도구 제작과 관련된다. 철기 사용은 당시 생산력과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고분에서 철기가 출토된 점은 매장자의 권위나 생활 기반을 추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옹기와 토기 조각도 다수 출토됐다. 토기 자료는 생활 용기와 장례 용기의 성격을 같이 보여준다. 토기 형태와 제작 방식은 시기 구분과 지역별 문화 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예덕리에서 확인된 옹관은 다른 지역 사례와 비교할 때 이른 특징을 지닌다. 영산강 유역 옹관 문화가 언제 어떤 형태로 성립했는지 살피는 데 필요한 자료다. 마한 옹관 문화 기원 연구에서 예덕리 고분군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함평 예덕리 고분군 지정(보호)구역 항공사진. 사진=국가유산청
함평 예덕리 고분군 지정(보호)구역 항공사진. 사진=국가유산청

 

예덕리 고분군에서는 매장시설의 흐름이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초기 목관묘 또는 목곽묘가 있다. 이후 옹관묘가 병존하며 확대되는 양상이다. 목재를 사용한 매장시설에서 대형 옹관을 활용한 매장시설로 변화한 것이다. 영산강 유역 고분 문화에서 옹관묘는 상징성이 큰 무덤 형식이다. 대형 옹관은 제작과 운반, 매장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과 노동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옹관묘의 확대는 장례 방식 변화와 사회 조직의 성장, 권위 체계의 형성을 같이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무덤을 옆으로 넓히고 위로 올리는 과정은 한 공동체가 특정 공간을 지속적으로 장례 장소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무덤을 관리하고, 매장시설을 추가한 흔적이다.

함평 예덕리 고분군은 영산강 유역 마한 고분 문화의 초기 양상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사다리꼴 분구묘 14기와 다장 장법, 분구 확장, 목관묘에서 옹관묘로 변하는 매장시설, 의례 구덩이, 생활 유구가 한 공간에 남아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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