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모라 남다르 영사담당 차관보 명의로 성명을 내고 “월드컵 입장권을 구매하고 4월 15일까지 피파 패스 제도에 등록한 팬에 대해 비자 보증금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남다르 차관보는 “미국은 역대 가장 크고 훌륭한 월드컵을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 안보 우선순위를 강화하면서도 대회 기간 정당한 여행은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파 패스는 월드컵 관전을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비자 발급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는 일종의 우선심사 제도다. 이번 면제 조치는 피파 측 요청에 따라 국무부와 국토안보부(DHS)가 수개월간 백악관 등에서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부터 비자 만료 후에도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사례가 잦거나 안보상 우려가 있는 국가 50곳을 지정하고, 해당 국가 국민이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5000달러(약 745만원)·1만달러(약 1490만원)·1만 5000달러 가운데 한 단계의 보증금을 내도록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시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을 넘기는 외국인을 단속하기 위해 도입한 이민 규제 패키지의 일환이다. 비자 조건을 어기지 않거나 발급 자체가 거부되면 환급되는 구조이지만, 사실상 입국 문턱을 크게 높이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들 중에선 알제리, 카보베르데,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튀니지 등 5개국이 이 보증금 부과 대상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일부 지원 인력은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면제 혜택을 받는 팬들의 경우 통상적인 비자 심사 절차는 그대로 거쳐야 한다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규제를 풀어준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면제는 어디까지나 ‘비자 보증금’에 국한된 것으로, 여행 금지·제한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아이티 국적자의 입국을 원천 차단했고, 코트디부아르와 세네갈에도 확대 시행 중인 여행 제한 조치를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월드컵 선수·코치·지원 인력만 예외로 빠졌고, 일반 팬은 비자 보증금 면제 여부와 별개로 입국 자체에 제약을 받는다. 이외에도 외국인 입국자에게는 소셜미디어(SNS) 이력 제출 의무를 부과했고, 최근 미 교통보안청(TSA) 직원 임금 미지급 사태 당시에는 공항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와 미국 시민·인권단체 수십곳은 월드컵을 앞두고 각국 팬들에게 미국 입국시 유의 사항을 담은 ‘월드컵 여행 권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전 세계 화합을 표방해야 할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관광업계가 받는 타격도 크다는 진단이다. 미 호텔·숙박협회(AHLA)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자 장벽과 지정학적 갈등이 해외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월드컵 기간 호텔 예약이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길어진 비자 대기 기간, 인상된 수수료, 입국 절차의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월드컵은 다음달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진행되며, 미국은 애틀랜타·댈러스·휴스턴·시애틀·로스앤젤레스·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보스턴·캔자스시티·마이애미·뉴욕(뉴저지) 등 16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린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