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웃프고도 짜릿한 오정세와 강말금 부부의 세계가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연출 차영훈,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 피닉스·SLL·스튜디오 플로우, 이하 ‘모자무싸’)의 박경세(오정세)와 고혜진(강말금)은 남편과 아내이자, 영화감독과 제작사 대표, 즉 영화를 함께 만드는 동료다. 감정을 배제하고 일만 할 수 없는 이 관계성으로 인해 성공한 감독임에도 여태껏 자격지심에 허우적대며 데뷔도 못한 황동만(구교환)이 긁는대로 긁히는 남편을 도저히 못 참아 주겠는 고혜진의 특급 조련술로 이어졌고, 속 시원한 재미와 깊은 공감을 배가하는 킬포인트가 됐다.
박경세의 옹졸함이 선을 넘는 순간 고혜진은 뿅망치를 집어든다. 황동만이 단톡방에서 가뜩이나 폭망해 속이 쓰린 작품 ‘팔 없는 둘째누나’를 신나게 씹어대자, 박경세 역시 장문의 메시지를 단톡방에 꽂았다. 무려 7개의 항목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황동만의 다짜고짜 장광설과 차별화했지만, 결국 유치찬란 헐뜯기는 매한가지. 고혜진은 뿅망치로 스매싱을 날리며, 박경세의 유치한 행동을 꾸짖었다. 황동만의 아지트 출입 금지는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에게 파르르 떨며 더 미쳐 날뛰는 박경세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라는 것. 그녀의 ‘뿅망치 참교육’은 박경세가 자신의 자격지심을 직시하게 만드는 강력한 각성제로 작용했다.
예술가라는 허울 뒤에 숨은 허영을 도려내는 고혜진의 ‘팩폭’은 서늘하다 못해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경세는 황동만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국가 스트레스 관리 위원회’라는 시나리오의 설정으로 승화시켰는데, 이 작품의 OTT 제작이 확정됐다. 하지만 시리즈물 경험이 있는 공동작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고혜진의 제안은 거부했다. ‘감히’ 감독의 ‘글빨’을 건드린다며 노발대발하더니, 결국 자신이 부족해 도움을 받으라는 것 아니냐는 자격지심까지 폭발시켰다.
고혜진은 잘나고 싶으면서도 도움은 나약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찌질한 근성’을 꼬집으며, 박경세의 글이 “고루해, 늙었어”라는 강력한 팩폭을 투하했다. 여지없이 아내를 향해 박경세의 눈에서 ‘총알’이 발사됐지만,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가벼운 손짓 한 번에 허무하게 흩어진 장면은 이들 부부의 현재 상황을 상징했다. 수백억이 오가고 수백명의 밥줄이 걸린 일에 감독의 권위만 내세우는 허영심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고혜진의 냉철한 현실 감각은 시청자들에게도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토록 남편을 혹독하게 다루는 근저에는 누구보다 깊은 존경과 신뢰가 깔려 있다. 그녀는 황동만에게 박경세를 비난하지 말라고 매섭게 경고했다. 그는 황동만과는 달리, 세상의 조롱에 며칠을 펑펑 울고, 또 맞을 걸 알고도 다시 링 위에 올라가 어떻게든 시나리오를 쓰고 또 쓰는, 끝까지 가는 기운을 가졌다는 것. 과거 기자 시절 부장에게 사자후를 날리고 사표를 던졌던 그녀를 다시 웃게 한 건 박경세의 시나리오 ‘애욕의 병따개’였다. “선배 사랑해”라는 고백이 절로 나올 만큼 빛났던 박경세의 재능을 누구보다 아끼기에, 고혜진은 이제 글 하나로 웃겨주던 그 남자는 죽었다며 자조하는 남편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세계가 흥미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박경세는 공동작가로 들어온 박정민(정민아)이 “우리 감독님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고래도 춤을 출 칭찬 폭격을 날리자 오랜만에 신이 났다. 반면, 고혜진은 박경세의 앙숙 황동만의 데뷔작 제작을 맡기로 결단을 내렸다. 남편을 향했던 참교육 정신을 드리워 기어코 그를 링 위에 올려놓은 것. 박경세와 고혜진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모자무싸’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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