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이기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 카트먼의 의 네 기수 이론
마지막으로 다투던 날의 날 선 말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내가 더 많이 사과해서 졌고, 상대방이 기선을 제압해서 이겼다는 자괴감이 든다. 재회 상담 업체는 당신이 그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겨 ‘프레임’이 낮아졌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들이 알려주는 기술을 통해 상대의 기를 꺾고 다시 관계의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부추긴다.
이별을 겪은 사람들은 그 승패의 논리에 쉽게 매몰된다. 내가 덜 사랑하고 더 차갑게 굴어야만 상대를 내 곁에 묶어둘 수 있다는 기형적인 믿음이다.
관계의 붕괴를 부르는 네 마리 기수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먼(John Gottman) 박사는 수십 년간 수천 쌍의 커플을 관찰하며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네 가지 행동 양식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종말의 상징을 빌려 ‘네 마리 기수(The Four Horsemen)’라고 불렀다.
비난(Criticism), 방어(Defensiveness), 경멸(Contempt), 그리고 담쌓기(Stonewalling)다. 가트먼 박사는 커플의 대화 속에서 이 네 가지 태도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만 보고도 이별 확률을 90% 이상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건강한 관계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다투더라도 이 네 마리 기수를 불러들이지 않는 관계다. 서로의 취약함을 공격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상대의 인격적 결함으로 돌리지 않아야 신뢰가 유지된다.
독극물을 처방전으로 둔갑시키는 업체들
소름 돋는 사실은, 재회 업체들이 수십만 원을 받고 내담자에게 가르치는 이른바 ‘재회 비법’들이 가트먼 박사가 경고한 이 네 마리 기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업체는 상대방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미묘한 ‘비난’과 ‘경멸’을 사용하라고 지시한다. “너의 그런 미성숙한 회피 성향 때문에 힘들었어”라며 이별의 원인을 상대의 성격적 결함으로 몰아가는 지침 문자가 대표적이다.
상대방을 내 아래로 깎아내려 묘한 우월감을 확보하려는 경멸의 태도다. 가트먼 박사가 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로 꼽은 바로 그 감정이다.
여기에 ‘담쌓기’는 ‘전략적 공백기’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포장된다. 상대방이 다가오거나 대화를 시도할 때 차갑게 무시하고 읽고 씹는 행동을 통해 주도권을 쥐라고 가르친다. 상대를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가학적인 침묵이다.
이들은 관계를 영원히 파탄 내는 가장 확실한 파괴 공식을, 상대를 조종하고 내 가치를 높이는 고도의 연애 기술인 양 속여서 팔고 있다.
승자가 존재하는 연애의 비극
연애나 부부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내가 이기면 상대가 지고, 내가 권력을 쥐면 상대가 복종해야 하는 전장이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죄책감을 심어주고, 차가운 침묵으로 피를 말려 기어코 무릎을 꿇렸다고 치자. 업체는 상대방이 당신의 높아진 프레임에 굴복했다며 축배를 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관계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 그 자체의 완벽한 패배다.
상대의 자존감을 짓밟고 불안을 착취해서 유지되는 곁은 감옥과 다르지 않다. 두려움과 결핍 때문에 억지로 옆에 머무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결코 사랑받는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없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통제하는 관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친밀감이 질식해 죽어버린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벽을 높이 쌓을수록, 역설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온기는 가장 먼저 식어간다.
모니터에 띄워둔 가트먼의 이론과 재회 업체의 칼럼 창을 번갈아 바라본다.
한쪽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관계가 죽는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를 짓밟아야만 관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기꺼이 져주고 안아주기 위해 만났지, 권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다.
마우스를 움직여 끝없이 이어지던 칼럼 창들을 전부 닫아버린다.
누군가 건네준 그 치명적인 독극물을 무기 삼아 상대의 마음에 비수를 꽂고, 기어코 자존심을 꺾어 내 발밑에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그렇게 타인의 영혼을 갉아먹고 부서진 파편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 올린 가짜 승리의 성에 갇혀, 당신은 과연 그 사람과 두 번 다시 불안하지 않은 진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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