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고 오롯이 내면에 집중할 시간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눈을 감고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바꿔줄 섬세한 선율을 감싱해 보세요. 날카로워진 신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줄, 명반 4장을 소개합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Wave]
한적한 휴양지의 선베드에 누워 듣는 듯한 낭만적인 보사노바
보사노바의 전설적인 창시자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1967년에 발표한 앨범 ‘Wave’는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브라질리언 감성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 앨범은 조빔의 부드러운 피아노와 기타 선율에 거장 클라우스 오거만의 풍성한 재즈 오케스트라 편곡이 더해져 마치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부서지는 프라이빗 해변에 앉아있는 듯한 환상적인 공감각을 선사합니다. 타이틀곡 ‘Wave(Vou Te Contar)’를 비롯해 ‘Triste’, ‘Batidinha’ 등 시대를 초월한 명곡들로 채워져 있으며 바이올린과 첼로, 목관악기가 빚어내는 우아한 스트링 사운드는 무거워진 어깨를 부드럽게 이완시켜 줍니다. 조용하게 속삭이듯 흘러가는 멜로디는 1960년대 보사노바가 지닌 특유의 나른하고 세련된 매력을 극대화해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감정의 밸런스를 되찾게 해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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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리히터 [Sleep]
수면의 뇌과학을 정교한 음악으로 빚어낸 8시간의 거대한 자장가
독일 출신의 천재적인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의 ‘Sleep’은 제목 그대로 인간의 수면에 대한 신경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8시간 30분짜리 앨범입니다. 리히터는 미국의 저명한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자문을 나누며 수면 중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의 영역으로 완벽하게 끌어왔는데요. 피아노와 첼로, 비올라, 소프라노 보컬 그리고 은은한 신시사이저가 결합된 31개의 트랙은 아주 느리고 규칙적인 템포로 흘러가며 듣는 이를 깊고 안락한 무의식의 세계로 유영하게 만듭니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서 영감을 받아 5가지의 핵심 테마를 끊임없이 변주하는 이 앨범은 수면 유도라는 기능성을 넘어 영혼을 위로하는 마력을 지녔죠. 의식의 끈을 잠시 내려놓고 이 정교한 선율에 온전히 몸을 맡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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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Debussy]
건반 위로 굴러가는 영롱한 물방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017년 작 ‘드뷔시’는 수채화처럼 맑고 다채로운 인상주의 음악의 색채를 가장 우아하게 담아낸 수작입니다. 드뷔시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이 앨범은 ‘영상 1·2집’과 ‘어린이 차지’, 그리고 널리 알려진 ‘베르가마스크 조곡’의 ‘달빛’ 등 드뷔시 미학의 정수가 담긴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조성진 특유의 정교하고 섬세한 터치는 몽환적이면서도 미묘한 화성의 변화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 내며 피아노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투명한 색채감을 완성하죠. 특히 앨범의 핵심인 ‘물의 반영’에서 들려주는 명징한 소리는 탁해진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듯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킵니다. 일상에 지쳐 평온함이 필요할 때 이 앨범은 최고의 오디오 테라피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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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에반스 트리오 [Waltz for Debby]
재즈 클럽의 백색소음이 어우러진 피아노 트리오의 가장 따뜻한 대화
재즈 피아노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빌 에반스 트리오의 1961년 라이브 명반 ‘Waltz for Debby’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빌 에반스가 자신의 3살배기 조카 데비를 위해 작곡한 소박한 멜로디였으나 뉴욕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의 라이브 레코딩을 통해 재즈계의 영원한 마스터피스로 재탄생했죠. 스코트 라파로의 춤추듯 자유로운 베이스 라인과 폴 모티안의 섬세한 드럼 터치 그리고 빌 에반스의 클래시컬한 피아노 선율이 빚어내는 유기적인 호흡은 언제 들어도 경이롭습니다. 경쾌한 3/4박자 왈츠로 시작해 변화무쌍한 4/4박자의 즉흥 연주로 넘어가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낭만적이면서도 지적인 쾌감을 안겨줍니다. 무엇보다 백그라운드에 희미하게 깔린 관객들의 웅성거림과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는 1960년대 뉴욕의 프라이빗한 재즈 클럽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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