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루닛 대표는"이번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의료 AI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루닛이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협력 기회를 더욱 넓힐 것"이라며 "향후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루닛 스코프의 상용화와 시장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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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의 'AI 파트너' 구애 전쟁…루닛의 대체 불가 포트폴리오 부각?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무게 중심이 맞춤형 정밀의료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 로슈(Roche)가 미국 디지털 병리 전문기업 패스AI(PathAI)를 전격 인수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로슈는 최근 패스AI를 선급금(업프론트) 7억5000만달러(약 1조 200억원)에 인수한 뒤 특정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최대 3억달러(약 4100억원)를 추가 지급하는 총 10억5000만달러(약 1조 4300억원) 규모의 M&A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설립된 패스AI는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AI로 분석해 암 등 질환을 진단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데 특화됐다. 패스AI는 로슈와 지난 2021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시너지를 타진해 왔다.
로슈의 이번 행보는 자사의 진단 사업부 역량을 극대화하고 항암제 개발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기존의 육안 중심 병리 진단은 병리과 전문의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AI를 접목한 디지털 병리는 수백만 개의 세포를 픽셀 단위로 정밀 분석해 특정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반응할 환자군을 정확히 선별해낸다. 로슈는 패스AI의 알고리즘을 내재화함으로써 임상시험 비용을 절감하고 자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속도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게 됐다.
로슈의 패스AI 인수는 역설적으로 경쟁 빅파마들에게 강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며 의료 AI 파트너십 수요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노바티스 등 항암제 시장을 두고 로슈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빅파마들 입장에서는 로슈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AI 파트너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수로 국내를 대표하는 의료 AI 기업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AI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루닛에게 중장기적으로 일정 부분 반사이익과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패스AI의 몸값은 글로벌 증시에서 의료 AI 산업의 밸류에이션 기준점을 새롭게 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1조 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루닛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루닛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AI 병리 분석과 종양 미세환경(TME) 바이오마커 발굴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물론 액체생검 글로벌 1위 기업인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연구 및 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빅파마들이 자체적인 AI 역량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검증된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규제기관 인허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루닛을 향한 러브콜이 다차원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슈와 패스AI 결합으로 인한 시장의 공백은 루닛이 글로벌 빅파마들과 전방위적으로 손잡을 수 있는 확장성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 대표는 "이미 루닛은 유방암 검진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미국 대형 의료그룹에 공급하고 미주 330곳 이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며 "이는 루닛의 AI 기술력과 루닛 인터내셔널의 시장 역량이 결합된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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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진단(CDx)부터 스크리닝까지…패스AI 넘어선 루닛의 ‘종합 포트폴리오’
일부 의료AI 업계에서는 기술적 스펙트럼 측면에서도 루닛의 경쟁력이 패스AI에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상용화 측면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고 평가한다.
패스AI가 주로 연구개발(R&D) 단계의 병리 분석과 바이오마커 발굴에 집중해왔다면 루닛은 암 스크리닝(진단 보조)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항암제 치료 예측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Lunit SCOPE)라는 두 개의 강력한 축을 동시에 굴리고 있다.
특히 루닛 스코프는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면역항암제는 반응률이 20~30%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약효가 있을 환자를 미리 찾아내는 동반진단(CDx, Companion Diagnostics) 모델이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루닛은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특정 신약 파이프라인에 맞춤화된 AI 동반진단 모델을 개발하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는 병원 현장부터 제약사 임상실험실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포트폴리오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주식 시장과 투자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루닛의 기업 가치 재평가로 쏠리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과 임상적 유효성이 뒷받침되는 의료AI 기업에 대해 글로벌 빅파마가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프라이싱 벤치마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루닛의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직 비상장사로서 상업화 초기 단계에 있던 패스AI가 1조 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이미 글로벌 상용화 궤도에 올라 글로벌 3000여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수많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한 루닛의 현재 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의료AI 산업이 개화기를 지나 본격적인 수익 창출의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루닛의 매출 역시 퀀텀점프를 앞두고 있다고 관측한다. 루닛이 그동안 축적해 온 막대한 양의 글로벌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주요 암학회(ASCO, ESMO 등)에서 쉼 없이 쏟아내고 있는 연구 논문들, 그리고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의 무형 가치가 본격적인 기술수출(L/O)이나 동반진단 상용화 실적으로 치환되는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키움증권은 최근 루닛 관련 리포트를 통해 "미국에서 매출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루닛 인터네셔날 덕분에 미국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37% 오른 1139억원, 영업적자는 약 15% 줄어든 165억원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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