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전 세계의 시선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전(현지시간), 향후 10년의 국제 질서를 결정지을 이른바 “세기의 담판”을 시작한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양국 현안 조율을 넘어, 글로벌 패권의 축이 이동하는 역사적 현장이 될 수 있다.
전날 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통해 입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예고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곧바로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오후에는 톈탄 공원을 함께 참관하며 친교를 다지고, 저녁에는 국빈 만찬을 통해 전략적 소통의 정점을 찍을 예정이다.
◇“중간선거 전리품” vs “강대국 입지 굳히기”…양보 없는 수싸움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의 재회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는 집권 1기였던 2017년 이후 9년 만의 행보다. 긴 공백만큼이나 양측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으며, 각자의 정치적 셈법 또한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에게 제시할 ‘확실한 경제적 전리품’을 확보하는 자리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팜벨트의 표심을 의식해 대두와 쇠고기 등 농산물은 물론, 보잉 항공기의 대규모 구매 확약을 시 주석에게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의 실질적인 시장 개방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압박하며 주도권 확보를 노린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국면에서 중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대등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기술 봉쇄에 맞서면서도,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자국의 ‘핵심 이익’을 관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호르무즈의 안보와 대만의 ‘레드라인’…지정학적 화약고
경제 현안 외에도 이번 담판에는 인화성이 강한 지정학적 이슈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중동 정세는 미중 협력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 역시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중동의 안정이 절실한 만큼, 양측이 이란 문제에서 도출할 공동 메시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만 문제는 여전히 양측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칼끝이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두고 중국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핵심 이익 침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부터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의제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회담장 내 팽팽한 긴장감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안전 규범 수립과 첨단기술 통제, 기후위기 대응 등 인류 공통의 과제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인권 문제와 지미 라이 수감 이슈를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 이에 중국은 이를 주권 문제로 일축하며 철저한 방어막을 칠 전망이다.
◇“닉슨 이후 최대의 전환점”…동북아 셈법 ‘요동’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체제가 균열을 일으키며 미중 양강 체제(G2)로 본격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은 일극 질서가 저물고 양강 질서가 공고해지는 지점”이라며 “회담 결과에 따라 아시아 내 중국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으며, 이는 한국 등 주변국의 외교적 셈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융녠 홍콩중문대학 원장은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역사적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하며,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방중을 1972년 미중 데탕트를 이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할 정도로 그 무게감을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5일에도 소규모 차담회와 오찬을 통해 시 주석과 막판 조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베이징 담판’이 글로벌 시장에 안정의 메시지를 던질지, 아니면 더 거대한 패권 전쟁의 서막이 될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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