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은행 인수 후 수십년 정상화 난항…동남아선 한해 수천억 적자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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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은행 인수 후 수십년 정상화 난항…동남아선 한해 수천억 적자늪

이데일리 2026-05-14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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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대 은행이 전체 인원 30% 이상을 해외에 두면서도 수익의 92%는 국내에 의존해 ‘내수 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인도네시아·중국 등 주요 네트워크에서도 수천억원 적자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점포 3분의 1이 동남아 8개국에 쏠려 있지만 자산 건전성이 나쁜 데다 실적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내고 있었다. 은행들이 직접 해외점포를 설립하거나, 중소은행을 인수해 체질을 바꾸는 ‘1기 글로벌 진출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열사 해외점포들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해 관리하는 모델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이데일리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적자(지배기업 당기순손익 기준)를 낸 4대 은행 네트워크는 총 8곳으로 여기서 28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뱅크가 1029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741억원), 중국우리은행(-527억원),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393억원) 순으로 적자 규모가 컸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중국·브라질·유럽·필리핀에서 지배기업 당기순손익 기준으로 각각 적자를 내, 4대 은행 중 적자를 낸 해외점포가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캐나다 신한은행에서 지난해 2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문제는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가 많은 동남아 시장은 전반적으로 건전성·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동남아 8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에 전체의 31.6%(65개, 2024년말 기준)에 달한다.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캄보디아 등 4개국에 있는 자산은 575억달러(약 854조원)으로 전체 해외점포 자산의 26.5%를 차지했다. 점포와 자산이 집중돼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가 나빠지거나 대규모 부실채권이 나올 경우 글로벌 순이익 자체가 고꾸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국가별 해외점포의 고정이하여신(부실여신) 비율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7.82%로 눈에 띄게 높았고 캄보디아(6.15%)가 뒤를 이었다. 미국 내 점포에서의 부실여신 비율이 1.32%였고 중국(0.85%), 베트남(0.51%), 일본(0.26%) 등 다른 해외점포에서는 모두 1% 아래를 기록했다.

자산 구성을 봐도 대출금이 1193억달러(약 178조원)로 총 자산의 55%를 차지해 현지 경기나 차주 상환능력 악화에 따라 자산 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2024년 5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금융사고·부실채권 영향으로 2025년 적자로 전환했다. 기업 간 무역거래 과정에서 간간이 발생하는 신용장 사기로 인해 거액 대출에 부도가 나고,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은행은 해외점포 대부분을 100% 지분율로 갖고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삐끗해도 은행 전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지 당국의 제재 리스크, 체질개선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중국, 멕시코, 필리핀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현지 감독당국이 수시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알 수 없는 제재 처분을 할 때도 있다”며 “미국만 해도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가 강화되는 등 현지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KB뱅크 사례를 보듯 현지의 대형·우량은행을 인수하지 않는 한 인수 후 통합(PMI)에도 난항을 겪는다.

현지 중·소형 금융사 인수→현지화→체질개선→수익성 확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고, 특히 단기간에 체질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부문에서 우수사례로 꼽히는 신한은행의 경우에도 1986년 일본 오사카에 첫 해외 지점을 연 후 2009년 일본 내 두번째 외국계 은행법인인 SJB은행을 설립하기까지 23년이 걸렸다. 이후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일본에서 지난해 각 2591억, 1792억원의 순익을 내고 있지만 현지 진출부터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와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글로벌 자회사 설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의 해외점포를 네트워크(국가·권역)별로 관리하고, 당기순이익 또한 은행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도록 별도의 법인에 모으는 것이다. 또한 각 금융그룹은 국가·권역별 리스크 관리체계를 만들어 업황 및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도 ‘지분투자’ ‘공동성장’ 전략으로 해외진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베트남 현지 대형 상업은행 BIDV에 투자해 지분율 15%로 2대 주주가 된 후 매년 주식·현금을 배당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에 투자, 슈퍼뱅크가 상장에 성공한 후 933억원의 투자차액을 올해 1분기 영업외손익으로 실적에 반영했다.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 모두 투자한 현지 은행에 IT·디지털뱅킹 등의 기술과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 시장 가치를 높이고, 이에 따른 배당·투자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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