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국내 조선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뿐만 아니라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서 성장의 과실들이 골고루 나눠지고 회사 내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그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972년인가 처음으로 울산에 조선소를 만들 때는 완전히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조선산업 중심지가 됐다고 했다"며 "조선산업은 여기 계신 여러분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산업이 호황과 불황의 변동 폭이 커 고용 문제가 언제나 현안이 됐다"며 "중요한 산업임에도 고용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이 산업 특성상 관련 기업과 하청업체, 협력사, 기자재 납품업체도 큰 경기 변동에 노출돼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정부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고용 유지라든지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과의 조선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K-조선산업은 여러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여러분이 정부에 바라는 점이나 중소·대형 조선사 간 협력 문제, 하청·협력업체 및 기자재 납품업체,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서로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등에 대해 얘기해주면 잘 챙겨보겠다"고 했다.
정부 'K-조선 청사진' 공개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조선산업 육성 청사진도 공개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 합동 'K-조선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본진 강화, 시장 확대, 상생 생태계 구축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입해 24시간 자율 운영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조선소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7 스타-십(Star-Ship)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최대 5250억 원을 투자해 미래형 핵심 선박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조선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국가들과 '조선 동맹'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여기에 중소 조선소와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1조 원 규모 정책금융과 조선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김 장관은 "앞으로의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생태계 간의 경쟁인 만큼 모든 구성원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핵심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K-조선의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조선업이) 거의 극호황기로 보이는데, 공공 선박 발주나 이런 것들을 몰아놨다가 나중에 불황기로 미뤄 (분산하는) 건 어떤가"라며 "산업부에서 기획을 한번 해보라"고 주문했다.
또 AI 기반 안전관리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노사가 합의와 타협을 통해 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조선 노동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사가 선박을 기한 내 발주사에 인도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반환해 주는 보증서인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와 관련해 금융기관 대신 정부 재정으로 부담해 주는 방안을 연구해 줄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경청한 후 "기존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좀 더 잘 성장하고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HD현대중공업 찾은 李… LNG선 내부까지 시찰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LNG 운반선과 한국형 LNG 화물선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1972년 설립된 이 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LPG·암모니아 운반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건조 중인 대형 LNG 운반선 및 한국형 LNG 화물선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선박 한 척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 최근 수주 실적,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질문했다.
정기선 회장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통해 생산 체질을 혁신하고 디지털 기반의 미래 조선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반선 프로젝트(선박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서로 다른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울산에서 하나로 합치는 방식)' 선박에 대해 정 회장은 "건조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형 조선소와 중소 조선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카타르 등이 발주한 LNG 운반선 건조 현황을 점검하고, 노르웨이 발주 LNG 운반선 내부도 시찰했다. 조양삼 상무는 "LNG 화물창에는 저장된 LNG의 기화를 막기 위해 외벽까지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최고난도 기술이 적용된다"며 "지난해 정부가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을 선정해 준 데 감사하다"고 밝히면서 정부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K-조선 경쟁력은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헌신 덕분"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 구 트위터)에서도 "허허벌판 위에 K-조선의 기적을 일궈낸 울산에서, 우리 조선 산업의 미래를 두 눈에 담고 왔다"며 "업황 사이클이 회복되는 지금이 미래를 준비할 적기"라고 적었다.
이어 "정부는 튼튼한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을 넘어, 현장의 안전과 공정한 성과 공유가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으겠다"며 "멈추면 뒤처지는 냉혹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K-조선이 한 걸음 더 빠르게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공식 일정 뒤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을 예고 없이 찾아 시민들과 만났다. 시장 상인들에게 '장사는 어떠시냐' '많이 파셨냐' 등을 묻고 물가 상황을 점검했으며, 표고버섯·참외·코다리찜 등을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으로 구입했다. 시민들은 "파이팅", "잘 오셨습니다"라며 환영했고, 이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고 안 부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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