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공소취소 특검’, 중도층 표심에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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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공소취소 특검’, 중도층 표심에 변수 될까

투데이신문 2026-05-13 22:1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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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13일 오후 시당 강당에서 지방선거 출마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소취소 특검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대전시당/뉴시스]<br>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13일 오후 시당 강당에서 지방선거 출마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소취소 특검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대전시당/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논란이 선거판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명분으로 특검법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법안에 ‘공소유지 여부 결정’ 조항이 포함되면서 정치적 의미는 급격히 달라졌다. 검찰권 남용을 밝히겠다는 여권의 언어는 야권에 의해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셀프 구제 장치”라는 선거 구호로 번역됐다.

민주당은 지난 4월 30일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의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법안은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이 수사·기소·공소유지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공소유지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즉각 논란을 불렀다. 연합뉴스는 해당 법안의 수사 대상 12개 사건 가운데 대장동·백현동·쌍방울 대북송금 등 8개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정치문법에서 중요한 것은 법률 용어의 난해함이 아니다. 그것이 유권자의 감정 속에서 어떤 문장으로 바뀌느냐다. ‘공소취소’는 전문적이고 낯선 형사절차의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임명권자로 둔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유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논란은 법리의 영역을 넘어 상식과 공정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민주당의 딜레마, ‘진실규명’인가 ‘셀프구제’인가

민주당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통해 야당 대표를 탄압했고, 그 과정에서 진술 강요와 조작기소 의혹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 특검은 검찰개혁의 연장선이자 사법정의 회복의 절차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과 사법 정의 회복은 민주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 국면에서 명분은 언제나 반대편의 번역을 만난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을 ‘조작기소 특검’이 아니라 ‘공소취소 특검’으로 부른다. 여권이 말하는 진실규명보다 야권이 말하는 권력자의 자기 사건 처리 가능성이 더 짧고 강한 문장으로 전달된다. 특히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법안이 발의됐다는 점은 야권의 공격에 정치적 설득력을 더해준다.

문제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 제도 자체가 갖는 실질성이다.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아직 1심 판단이 끝나지 않은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는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다. 법률상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판에서는 충분히 정치적 의심의 소재가 된다.

민주당도 억울한 지점이 있다. 여권은 특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구조이지 대통령이나 여당이 직접 사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제도 설계의 정밀함보다 프레임 싸움에 가깝다. 중도층의 눈에는 “왜 하필 지금인가”, “왜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이 포함됐는가”, “공소취소 가능성은 왜 열어 두었는가”라는 질문이 프레임 속에 들어온다.

민주당의 수습책, ‘지선 이후 숙의’로 속도조절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과 청와대는 서둘러 속도조절에 나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5월 6일 원내대표 연임 직후 특검법의 처리 시기와 절차, 내용에 대해 6·3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특검법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명시한 첫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청와대 정무라인을 통해 구체적 시기와 절차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한겨레는 민주당의 ‘지선 뒤 논의’ 결정이 대통령의 숙의 요청 이후 이틀 만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신중론이다. 민주당은 선거 유불리보다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명분을 세웠지만, 정치문법에서 속도조절은 때로 쟁점을 가라앉히는 장치라기보다 오히려 쟁점의 실체를 확인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선거가 끝나면 공소취소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공격이 가능한 이유다.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구조다. 선거 전 처리하면 ‘밀어붙이기’가 되고, 선거 뒤로 미루면 ‘숨겨두기’가 된다.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방탄’ 프레임이 커지고, 법안 처리를 미루면 ‘역풍을 의식한 후퇴’로 읽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충남 천안시 백석동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충남 천안시 백석동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법치’의 언어로 중도층 호출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지방선거의 핵심 전선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공소취소 대응 태스크포스를 선대위 내부 기구로 띄우겠다고 예고했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에도 특검법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노리는 것은 보수 결집만이 아니다. 핵심은 중도층의 견제 심리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지방권력까지 몰아주면 권력 견제 장치가 사라진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공소취소 특검은 이 논리를 구체화하는 소재가 된다. 추상적인 정권 견제론보다 “대통령 관련 재판까지 손댈 것인가”라는 질문이 훨씬 직접적이고 강한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법률 용어를 모두 알지는 못해도, 무엇이 상식인지, 법이 권력자에게만 유연해지는 순간 그것이 특권이라는 사실은 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공식 논평은 이 사안을 ‘권력자 죄 지우기’로 규정하며, 공소취소라는 법률 용어를 상식과 특권의 문제로 바꾸려 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지방선거 이후로 특검을 미루자는 것은 선거만 끝나면 공소취소를 하겠다는 소리”라는 취지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PK 공략에 부담이 될 수도

이번 쟁점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에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완승을 노리고 있다. 보수세가 강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우세 흐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공소취소 특검 논란은 국민의힘에 ‘정부 견제론’이라는 명분을 제공했다.

특히 대구·부산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민주당 우세 또는 추격 흐름이 주춤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취소 특검의 반전 효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영남권 후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특검법을 규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남권 선거에서 이 사안은 지역 현안보다 더 강한 보수 결집의 상징어로 활용될 수 있다.

민주당이 우려해야 할 대목은 공소취소 특검 논란이 단순히 보수층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를 포기하려던 보수층에게는 투표 명분이 되고, 민주당 독주를 걱정하는 중도층에게는 견제 명분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공천 후유증으로 투표 의욕이 떨어졌던 보수층이 다시 결집한다면, 접전 지역에서는 작은 표심 변화도 결과를 흔들 수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정조사추진위 부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br>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정조사추진위 부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중도층, 법률의 정밀함보다 ‘권력의 태도’를 본다

이번 쟁점에서 중도층 표심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도층이 공소취소의 법적 의미를 세세하게 따져보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중도층은 법률의 정밀함보다 권력의 태도를 본다. 권력이 자기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 공정해 보이는지, 선거를 앞두고 국민 설득보다 진영 결집을 앞세우는지, 제도 개혁의 명분이 특정인을 위한 장치가 아닌지를 본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논란을 키웠다. 박성준 의원이 라디오에서 “시민들에게 공소취소가 뭐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8~9명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은 야권에 좋은 공격 소재가 됐다. 법률 용어를 모른다는 것이 곧 문제의식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유권자는 공소취소라는 말을 몰라도, 권력이 자기 문제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는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공소취소 특검이 투표장에 가지 않으려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중도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유권자 피로감이 커지면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으며, 결국 관건은 중도층 30%의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 상반된 전망은 모두 일리가 있다. 공소취소 특검은 분명 강한 쟁점이다. 그러나 선거는 단일 이슈만으로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민생, 경제, 지역 공약, 후보 경쟁력, 정당 내홍, 단일화 변수, 선거 막판 돌발 이슈가 계속 겹친다. 공소취소 특검이 보수·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선거일까지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피로감이라는 또 다른 변수

국민의힘에도 위험은 있다. 공소취소 특검을 지나치게 전면화하면 정권 견제론이 아니라 정쟁 피로감으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중도층은 민주당의 특검 추진을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의 공세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윤석열 정부 검찰권 행사에 대한 성찰 없이 진행된다고 판단할 경우 거리를 둘 수 있다.

민주당에도 기회는 남아 있다. 법안의 목적을 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으로 다시 좁히고, 공소취소 권한에 대한 명확한 제한 또는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논란의 폭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과 야당의 “후퇴했다”는 공세를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결국 공소취소 특검 논란은 쟁점 자체보다 유권자가 느끼는 불신의 방향에 달려 있다. 민주당을 향한 불신이 커지면 이 사안은 지방선거 막판 견제론의 불쏘시개가 된다. 반대로 야당의 공세가 과잉 정쟁으로 보이면 이 사안은 피로감 속에 묻힐 수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로 동두천큰시장 지원 유세현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로 동두천큰시장 지원 유세현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방선거의 문법, ‘심판’이냐 ‘견제’냐

이번 쟁점이 중요한 이유는 지방선거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구도는 윤석열 정권의 잔재 청산과 지방권력 교체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구도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독주에 대한 견제다. 공소취소 특검은 두 구도가 충돌하는 가장 예민한 접점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기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의힘은 “권력이 자기 사건을 지우려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과거 권력의 남용을 겨냥하고, 다른 하나는 현재 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겨냥한다. 중도층은 이 두 문장 사이에서 움직인다. 어느 쪽의 설명이 더 상식에 가깝고, 어느 쪽의 태도가 더 정당한지가 표심을 가를 수 있다.

정치문법에서 선거 직전의 법률 논쟁은 법률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권력의 품격, 절차의 신뢰, 유권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바뀐다. 공소취소 특검 논란은 민주당에는 방어해야 할 리스크이고, 국민의힘에는 되살려야할 명분이다. 중도층에게는 “민주당에 더 큰 권한을 맡겨도 되는가”라는 질문이자, 동시에 “국민의힘의 견제가 신뢰할 만한가”라는 질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변수는 공소취소라는 법률 용어 자체가 아니라, 핵심은 그 용어가 불러낸 정치적 의심이다. 선거는 늘 복잡한 제도를 간단한 감정으로 바꾼다. 공소취소 특검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낼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쟁으로 소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민주당의 완승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쟁점이 생겼고, 국민의힘은 그 균열을 ‘법치’와 ‘견제’의 언어로 부각하려고 한다. 지방선거의 남은 시간, 중도층은 공소취소의 사전적 의미보다 권력이 그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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