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20년 전 ‘양심전’의 울림, 교육 나침반 되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기고] 120년 전 ‘양심전’의 울림, 교육 나침반 되다

경기일보 2026-05-13 19:33:26 신고

3줄요약
image
최상권 광주 동현학교 교장·교육학 박사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옛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인 만큼 교육 현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행정에는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성적 평가나 입시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 혹은 교육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 소식은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신뢰를 뼈아프게 흔들곤 한다.

 

촘촘한 감사와 제도의 강화만으로는 교육계의 온전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답은 교단을 지키는 교사부터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교육공무원까지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양심’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120여년 전 한국 역사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던 한 인물의 결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윤성근의 ‘양심전(良心錢)’ 사건이다.

 

1903년 윤성근은 깊은 내면의 각성을 경험한다. 그는 과거 인천 주전소(화폐 주조 관청)에서 일할 당시 자신이 부당하게 챙겼던 정부의 돈이 떠올라 괴로워했다. 그냥 침묵하면 평생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타협 대신 뼈를 깎는 실천을 택했다.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땀 흘려 모은 뒤 대한제국의 재무부 격인 탁지부를 찾아가 자신이 유용했던 국고를 반납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양심전 영수증’이다.

 

윤성근의 양심전 사건은 오늘날 교육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매우 뼈아프고도 선명한 교훈을 던진다. 교육공무원과 교육자들에게 요구되는 공정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윤성근이 20년 전의 잘못을 스스로 직면하고 대가를 치른 그 결연한 용기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다루는 교육자들이 마음에 품어야 할 최고 수준의 직업윤리다.

 

제도를 운영하는 어른들의 양심이 무뎌지고 적당주의와 타협한다면 우리는 결코 아이들에게 정의와 공정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120년 전 탁지부 관리의 손에서 건네진 한 장의 영수증은 지금 우리 교육계에 묻고 있다. 우리 교육의 공정을 다는 저울은 과연 얼마나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아이들의 미래를 떠받치는 모든 교육자와 교육공무원이 각자의 가슴속에 작은 ‘양심전’의 정신을 새길 때 비로소 우리 교육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진정한 백년대계를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