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 중산간 송당리에 때아닌 설원을 방불케 하는 하얀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제주의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샤스타데이지 군락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위적인 화려함보다 자연스러운 조화가 돋보이는 이곳은 어디일까?
제주 동화마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바로 제주송당 동화마을이다.
이곳은 과거 제주 중산간의 거친 돌밭과 잡목이 우거졌던 버려진 땅을 오랜 시간 공들여 가꾼 공간이다. 1970년대부터 이 땅의 잠재력을 알아본 독지가와 조경 전문가들이 제주의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동화마을이라는 이름에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꿈꾸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제주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조성 과정의 핵심이었다. 제주의 상징인 현무암 돌담을 수 킬로미터에 걸쳐 정교하게 쌓아 올렸고, 자생하는 수목들을 최대한 살려 자연스러운 숲의 형태를 구현했다. 2023년 정식 개장 이후에는 단순한 수목원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월의 신부를 닮은 순백의 미, 샤스타데이지 군락
샤스타데이지. / photo creator CH-shutterstock.com
송당 동화마을의 초여름을 상징하는 주인공은 단연 샤스타데이지다. 마을 내부의 완만한 언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화이트 가든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샤스타데이지는 미국의 육종가 루터 버뱅크가 세 종류의 데이지를 교배해 만든 꽃으로, '순수'와 '평화'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식물학적으로 샤스타데이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추위에 극도로 강한 내한성을 지닌다. 제주의 거친 바람과 혹독한 중산간의 겨울을 견뎌내고 이듬해 다시 싹을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꽃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앙의 노란색 관상화(중심부)를 순백색의 설상화(꽃잎)가 둥글게 감싸고 있는 형태다.
노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시각적으로 매우 선명해 '계란후라이 꽃'이라는 정겨운 별명으로도 불린다. 꽃은 개화 기간이 길고 꽃송이가 풍성하다는 특징이 있다.
동화마을 군락지는 단순한 꽃밭을 넘어 지형의 고저 차를 이용해 입체적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방문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각도에 따라 변하는 꽃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송이의 꽃잎이 일제히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파도가 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화마을의 샤스타데이지는 다른 지역보다 꽃송이가 크고 생명력이 강해, 개화 시기인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압도적인 밀도감을 자랑한다. 아울러 꽃밭 사이사이에 배치된 현무암 오브제와 연못은 순백의 꽃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광을 완성한다.
한라산과 오름을 배경으로 둔 천혜의 입지 조건
제주 동화마을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스튜디오 지브리 오리지널 전시. / 제주 동화마을 공식 홈페이지, AI
송당 동화마을은 안돌오름, 거슨세미오름 등 제주의 유명 오름에 둘러싸여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의 정상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정원도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됐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나 인위적인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오름의 능선을 따라 흐르도록 동선을 배치했다. 이는 독특한 차경 효과를 만들어내며, 단순한 평지 꽃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감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샤스타데이지 너머로 보이는 오름의 초록빛과 하늘의 파란색이 어우러진 장관을 볼 수 있다.
동화마을 안에는 쇼핑센터를 비롯해 스튜디오지브리의 공식 매장 도토리숲과 전시관, 향기 체험관, 투어기차 등이 운영된다.
특히 오는 7월부터 국내 최초 스튜디오 지브리 오리지널 전시인 '스튜디오지브리전 in jeju'가 동화마을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람객들을 몰입시키는 다양한 체험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명작들을 이머시브(Immersive, 몰입형) 연출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관람객이 프레임 안의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토토로가 잠든 숲의 정적을 느끼고 하울의 성이 움직이는 소리를 체험하게 된다.
전시 관람 후에는 오리지널 굿즈 숍 ‘도토리숲’에서 제주 전시를 기념하는 한정판 굿즈와 귀여운 캐릭터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약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제주 동화마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부 중산간 여행의 허브, 교통편
제주 동화마을. / 제주 동화마을 공식 홈페이지, AI
송당 동화마을은 제주 동부권 여행의 요충지인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번영로와 비자림로를 거쳐 약 4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최근 도심 외곽 도로 정비 사업이 완료되면서 이동 시간이 단축됐고, 완만한 도로 환경을 갖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라면 제주 버스터미널에서 급행버스 112번이나 121번을 이용해 송당리 인근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마을버스로 환승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또 마을 내부에는 대규모 주차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큰 불편함 없이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제주 동화마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자세한 사항은 제주동화마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근 명소 1: 거문오름
송당 동화마을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이 있다. 제주의 보물로 불리는 이곳은 구좌읍 선흘리와 대흘리에 걸쳐 있다. 약 10만 년에서 3만 년 전 사이에 분출된 용암이 지형을 따라 흐르며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등 거대한 용암동굴계를 형성시킨 근원지다.
숲이 워낙 울창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린 산이라는 의미의 '검은오름'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전해진다.
거문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돼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탐방로는 크게 정상 코스, 분화구 코스, 전체를 도는 태극길 코스로 나뉜다. 특히 분화구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독특한 식생이 펼쳐진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오목한 지형 덕분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미기후가 형성돼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개방되며, 매주 화요일은 휴무일이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1000원이다.
인근 명소 2: 구좌 비자림
송당 동화마을에서 차로 약 15분이면 도착하는 비자림은 제주의 수많은 숲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생명력을 간직한 곳이다. 수령이 오래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단일 수종 군락지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규모를 자랑한다.
199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해 '천년의 숲'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비자림의 가장 큰 매력은 코끝을 스치는 진한 피톤치드 향과 화산송이 길이다. 탐방로는 크게 A코스와 B코스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길이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숲의 깊숙한 곳에 새천년 비자나무가 자리해 있다. 키 14m, 둘레 6m에 달하는 이 거목은 고려시대부터 이 땅을 지켜온 산증인으로, 압도적인 풍채 앞에 서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저 느껴진다. 또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사랑나무' 연리목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필수 코스다.
비자림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1500원, 청소년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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