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른바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제' 제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AI발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이익이 특정기업만의 성과가 아닌 만큼 초과세수의 사회적 재분배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이런 제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인 '기본소득'과 연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20여년 전부터 기본소득을 얘기했는데 AI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3주 앞둔 가운데 기업의 이윤을 국민에게 나눈다는 아이디어를 놓고 보수 야권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장 '공산주의'라며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김 실장의 발언이 보수 진영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초과세수를 활용한다는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용범 "AI시대 과실 국민에 환원돼야"…'기본소득론' 꺼내드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하면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1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쌓아온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인한 법인세 증가를 예로 들며, 올해 초과 세수가 2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때 초과 세수가 원칙 없이 소진된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이클은 규모가 훨씬 크고, 이를 국민배당금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르웨이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활용 방안으로는 청년 창업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비용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AI 시대야말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막대한 생산성과 경제적 이익을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이번 제안은 초과 세수 활용을 둘러싼 기존 논쟁에 새로운 관점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 실장은 "초과 세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얘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아무 원칙 없이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AI 시대 초과 이윤을 국민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으며, 이 모델이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힘 "망국적 포퓰리즘" "경질해야" 총공세
6·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번 김용범 실장의 발언을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경제관으로 규정하고 정권 심판론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의 국민배당제를 언급했는데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대한민국에 사기업이 있을 수 없고 다 국유나 마찬가지"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국민과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즉각 정책실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기엔 파장이 크다"며 "주식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사과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으로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급락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기업 성과를 정권이 마음대로 재분배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국유화 선언과 다름없다"며 "망국적 포퓰리즘이자 공산주의식 약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코스피가 8000선 문턱에서 주저앉자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은 것은 간 보기식 정치 선동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기업이 노력한 성과를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국가사회주의적 선언"이라며 김 실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개인 의견을 던져 혼란을 빚었다면 사퇴해야 한다"며 "김 실장의 발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배당받고 싶으면 주식을 사면 된다"며 "기업 수익을 국가가 나눈다는 건 공산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런 위험도 부담하지 않은 채 성과만 나누자는 것은 결국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국민배당금, 국민 의견 충분히 반영해야"…일각선 옹호 목소리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진영의 반감을 살 이슈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당과 어떤 이야기가 없었다"며 "충분히 숙성된 뒤에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 시대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여러 담론이 나올 수 있지만, 학문적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의견을 취합해 시간이 지난 뒤 정책과 법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 역시 "아직 당내에서 직접 논의된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책위의장도 "논의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계가 먼저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동선대위원장 이언주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실장이 개인적 담론을 공개적으로 던진 것은 부적절하다"며 "주식시장에 큰 파급 효과가 있는 만큼 신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의원은 김 실장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회 재경위 소속 안도걸 의원은 SNS에 "AI·반도체 산업 초호황으로 발생할 초과 세수를 단기적으로 소진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활용 원칙을 설계하자는 제안"이라며 "향후 초과 세수 규모와 성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개인 의견" 李대통령 "초과세수 국민배당 의미"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12일 언론공지를 통해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SNS에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편집하여 '김 실장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는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하자, 김 실장이 이를 부인하고 초과세수 배당 검토 주장이었다며 해명 아닌 설명을 친절하게 하였고 관련 보도까지 났음에도 여전히 이런 음해성 보도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비난이나 비판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해치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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