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정부가 주도하는 ‘유통물류 AI 얼라이언스’와 민간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 지원’이 맞물리며 물류 소외 지역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이커머스의 AI 표준모델이 중소 물류센터로 확산되는 등 물류 효율화의 낙수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유통물류 업계 및 AI 전문가들과 만나 물류 혁신과 매장 지능화 등 유통 전반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프로젝트 현황을 점검, 물류비용 절감의 핵심인 ‘AI 자율운영 물류센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시장에서 중소 유통 및 물류업계의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마련된 구체 추진 계획을 기반으로 개별 기업에 AI·로봇 설비 및 운영 프로세스를 ‘표준모델’ 형태로 제공하는 한편, 동네 슈퍼나 지역 소매점도 대형 플랫폼 수준의 물류 효율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로봇과 AI 통신 기술 융합으로 고위험·고강도 작업을 대체해 물류 현장을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일터로 재정립, 특정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유통 생태계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핵심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AI 대전환 기조는 유통물류 현장으로도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 전반의 ‘AI 대전환(M.AX)’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산업인공지능정책관’을 신설했다. 이는 산업인공지능정책과를 선두로 기계로봇과 바이오 정책 조직까지 AI 중심 체계로 재편해 정책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위기에 처한 중소 유통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중소 유통사들이 배송 격차와 서비스 품질 하락이라는 한계에 부딪히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이 시급해진 것이다.
중소 유통업계의 한계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거주 지역에 따라 배송 속도와 상품 신선도에서 차별적인 경험을 강요받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정 대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선택적 편중’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 업권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중소 유통업계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표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에는 다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단순히 특정 단체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나 단체가 접근성을 높여주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의 AI 대전환은 유통업계의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유통 업계 내에서는 AI 표준모델을 통해 입출고와 피킹을 자동화함으로써 물류 효율을 극대화, 이를 통해 확보된 원가 경쟁력을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환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대 자본 중심의 물류 구조를 AI를 통해 중소 유통 현장으로 확산시킴으로써 중소 상인들의 경쟁 우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AI 표준모델 도입을 통한 입무 물류 자동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쿠팡과 쿠팡이츠서비스(CES)는 ‘디지털 커머스’ 지원 체계를 결합해 지역 소매점의 풍경이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커머스 챌린지 프로젝트’는 온라인 판매에 서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광고와 맞춤형 운영 전략을 제공하는 실전형 상생 모델로, 지역 소매점에서도 다양한 품목 구성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실현시켰다. 지난 3월 청량리전통시장에서 매출 54% 급증이라는 성과로 효과를 입증, 현재 대구 지역으로 확대돼 전통시장의 디지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하드웨어적 혁신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소 유통 AI 지원 정책의 성패는 기술의 자동화와 상인의 역량 강화의 조화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표준 모델로 물류 혁신의 인프라를 닦아주는 동시에, 상인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거대 플랫폼 속에서도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의 소비는 AI 알고리즘 추천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I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소비 권력을 재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지금은 AI 알고리즘이 최우선적인 소비 권력을 갖게 되는 시대 변화의 시점”이라며 “중소 상인들이 이러한 AI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알고리즘에 노출되고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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