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중계 대신 팔레스타인 다큐 방송"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이스라엘이 가자전쟁 이후 참가 자격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온 유럽 국가 대항 가요제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스페인 등 5개국은 이스라엘 출전에 반발해 대회를 보이콧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70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 예선에서 이스라엘 대표 노암 베탄이 록발라드 '미셸'로 핀란드·그리스·세르비아 등과 함께 25개국이 겨루는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외신들은 베탄이 노래하는 도중 일부 관객이 야유를 보내고 팔레스타인 지지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당국이 이스라엘 규탄 시위와 테러 공격에 대비해 경찰력을 대거 배치한 가운데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본선이 치러지는 오는 16일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유로비전은 유럽방송연합(EBU) 회원사들이 자국 가수를 국가대표로 출전시켜 우승자를 뽑는 대회다. 그러나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위기와 대량학살 의혹을 들어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을 대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스페인 RTVE와 아일랜드 RTÉ, 네덜란드 아브로트로스(AVROTROS), 슬로베니아 RTV, 아이슬란드 RÚV 등 5개국 방송사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스페인·아일랜드·슬로베니아는 본선을 중계도 하지 않기로 했다. 슬로베니아 RTV는 본선 시간에 팔레스타인 다큐멘터리를 내보낼 예정이다.
보이콧 여파로 올해 참가국은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35개국에 그쳤다. 중계 보이콧 등으로 본선 시청자도 지난해 1억6천600만명에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이외에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자국 가수에게 시청자 표를 달라고 홍보하고 정치색 짙은 곡을 내세워 유로비전을 선전전 무대로 삼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음악축제장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았다는 가수 유발 라파엘을 지난해 대표로 내세워 시청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이스라엘 대표 노암 베탄이 자신에게 몰표를 요청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주최 측에서 경고를 받았다. 2024년 이스라엘 대표 에덴 골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출전하려다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지적에 제목과 가사를 바꿨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을 자처하는 독일 정부는 보이콧을 비판하며 이스라엘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장관은 "이번 사안에서 반유대주의가 한몫했다는 게 느껴졌다"며 빈에 직접 가서 이스라엘 대표의 공연을 보겠다고 말했다. 독일은 EBU에 돈을 많이 내는 5개국 중 하나여서 올해 자국 대표 자라 엥겔스가 예선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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