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 작업이 법적 합병 절차로 본격 진입한다. 지난 2020년 11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 5년6개월여 만에 양사가 합병계약 체결 단계에 올라서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3일 각각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했다. 양사는 오는 14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12월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기업결합 심사 국면을 지나 법적 합병 절차로 이동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양사는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 지분 취득, 경영 정상화, 운항체계 통합 준비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승인 자체보다 실제 항공사를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어내는 작업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급격히 위축되던 시기 추진됐다. 당시 글로벌 여객 수요 급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경쟁력이 약화됐고, 정부와 채권단은 항공산업 안정을 위해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은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진행했고, 지원받은 공적자금도 전액 상환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계기로 국내 항공 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합병비율 1대 0.2736432
이번 합병으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 근로자 일체를 승계한다.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기준시가를 바탕으로 대한항공 1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자본금은 약 1017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계약 이후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운영을 위한 인허가 절차에 착수한다. 핵심은 안전운항체계 통합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후 존속법인으로 기존 운항증명(AOC)을 유지하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와 안전운항 시스템을 대한항공 운영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B787-10 항공기. ⓒ 대한항공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14일 합병계약 체결 직후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신청한다. 6월 중에는 통합에 따라 변경되는 항공 안전 관련 준수 조건과 제한 사항을 담은 운영기준 변경 인가도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해외 항공당국을 상대로 운영기준 변경 등 필요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월경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와 같은 날 이사회 결의로 주주총회를 대신할 방침이다.
주주 권익 보호 절차도 병행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주주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개정 상법에 따른 주주충실의무와 법무부의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 규범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공정성 강화 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특별위원회 기능을 맡아 거래 조건의 공정성을 별도 심의했다. 독립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합병가액과 합병비율 산정 방식의 적정성, 절차의 공정성, 주주 이익 보호 체계도 검토했다. 관련 내용은 증권신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심사는 끝, 통합 난도는 이제부터
이번 합병계약 체결은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다. 다만 항공사 통합의 난도는 계약 체결 이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은 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과 달리 △안전 △운항 △정비 △승무원 훈련 △예약 시스템 △고객 서비스 △마일리지 △노선 운영이 촘촘하게 맞물리는 산업이다.
대한항공 역시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안전운항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복 노선 재배치와 신규 노선 개발을 통해 네트워크를 조정하고, 공항 라운지 리뉴얼과 기내식 개편, 공항 터미널 이전 등 고객 접점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고객 관심이 큰 마일리지 통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과 협의 중이며, 확정 이후 고객에게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마일리지 통합은 양사 고객 기반이 직접 맞닿는 사안인 만큼, 향후 통합 항공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안전운항 부문에서는 통합 이후 확대될 기단과 노선, 인력 규모에 대비한 준비가 진행됐다.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와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업무 시스템을 정비했다. 양사 운항승무원 훈련 프로그램도 표준화했다.
정비 인프라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엔진 테스트 셀, 신 엔진 정비 공장, 인천국제공항 인근 정비 격납고 등 대규모 항공기 정비 시설을 확장하거나 새로 짓고 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직후 운항 혼선을 줄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의 종착점이자 새로운 경쟁 구도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국적 항공사로 합쳐지면 인천국제공항의 허브 기능 강화, 장거리 노선 경쟁력 확대, 글로벌 항공 동맹 내 위상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반대로 독과점 우려, 노선 선택권, 운임 관리, 조직문화 통합, 인력 운용, 마일리지 가치 보전 등은 통합 항공사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특히 양사 내부의 임금·직급·근로조건·승격 체계 조율은 단기간에 끝내기 어려운 문제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를 통해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유지와 인천국제공항 허브 기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5년 6개월여 간 이어진 인수 작업은 계약 체결로 제도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통합 대한항공의 성패는 오는 12월17일 이후 실제 운항과 서비스, 내부 조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묶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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