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사가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법이 추상적으로 규정한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을 민간 자율규제기구가 구체화해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따른 피해구제와 플랫폼 책임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또 법원에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돼 확정판결을 받은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KISO 정책위원)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적용 범위, 판단 기준, 신고와 조치, 심의 절차를 보다 구체화하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보호와 조화를 고려한 기준 마련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허위조작정보 판단 요소를 세분화했다. △피해를 끼칠 의도 여부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여부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단순히 일부 사실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허위조작정보로 보지 않고, 고의성과 목적성, 침해 가능성을 함께 판단하는 구조다.
적용 대상도 제한했다. 메신저·메일·쪽지 등 이용자 간 메시지 전달 기능을 갖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신고 및 처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동영상 공유서비스 등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가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같이 공개성과 확산성이 큰 서비스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행령 개정안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사업자 중 일정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 교수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메신저·메일 같은 대화형 서비스나 검색서비스까지 포함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통신비밀 침해와 검열 논란, 검색사업자의 기술적·법적 한계, 해외 사업자 미조치에 따른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공개형 대화 서비스에 대해서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KISO 의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적 단체 대화방과 공개형 오픈채팅방은 폐쇄성과 확산성 측면에서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와 조치 절차도 구체화됐다. 신고자는 해당 정보의 위치와 허위·조작정보라고 판단하는 이유, 객관적 근거자료 등을 제시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신고 내용을 검토해 삭제, 접근 차단, 노출 제한, 계정 정지, 수익화 제한, 경고 문구 표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담겼다. 명백히 근거 없는 신고를 반복하거나 정치적·경제적 목적으로 조직적 신고를 주도하는 경우 일정 기간 신고 접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KISO 내 전문 심의 절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KISO는 세미나에서 나온 전문가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