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결렬은 단순한 임금협상 실패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와 맞물리면서 대기업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최종 결렬된 핵심 배경은 성과급 지급 관련 입장 차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시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승호 위원장은 사후조정을 앞두고도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제도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요구는 단순한 보상 확대 차원을 넘어선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먼저 배분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성과급이 변동비가 아닌 준고정비에 가까워진다. 호황기에 현금 보상이 우선되면 불황기 투자 여력과 연구개발 재원 마련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와 불황기 간 진폭이 크고 수십조원 단위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사측이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운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의 노동 정책 기조가 노사 갈등 심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과 직접 연계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노조의 교섭 영역을 넓히고 쟁의행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노조가 더 높은 수준의 요구를 강력하게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 차질과 손해배상 부담이 강경 투쟁의 제동 장치로 작동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억제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도 우려 사항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이번 교섭에서 성과급 제도화가 관철될 경우 다른 대기업 노조도 유사한 요구 조건을 내걸 공산이 크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성과급 고정화 요구가 번지면 기업들은 경기 하강기에 비용 구조를 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우선 고정하면 기업의 자금 운영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사례가 다른 기업 노조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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