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깨…'어떤 파트너 운명이든 팔아넘길 수 있다'는 불안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때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대만과 아시아 우방국들 사이에서 경계심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 13일 밤 도착해 14∼15일 이틀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관해 시 주석과 얘기를 나눌 예정이라며 "시 주석은 우리가 그러지 말기를(대만에 무기 판매를 하지 말기를) 바라며, 나는 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 동맹국들과 우방국들 사이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FT는 전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미라 랩-후퍼는 "인도태평양 전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연기해 달라는 시 주석의 요청에 굴복할까 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대만에 대한 중요한 안보 지원에 대한 거부권을 중국에 부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가만 주어진다면 어떤 파트너의 운명이든 팔아넘길 수 있음을 시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문제, 무역, 투자 등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10월 국빈 방문 후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에 대만에 111억 달러(16조5천억 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여기 더해 최소 140억 달러(20조9천억 원) 규모의 또 다른 무기 판매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고 명시하도록 '선언적 정책'(declaratory policy)"을 변경하라고 압박해왔다.
"미국은 대만 해협의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어떤 행위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보다 중립적 표현을 이런 표현으로 대체해 달라는 중국의 요구는 대만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주에 미국의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런 답변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연방상원의원이 12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대만은 물론 일본과 필리핀의 안보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헤그세스 장관은 확언을 거부했다.
과거에는 이런 내용이 통상적인 수준의 다짐이었다.
시 주석과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관리했던 새라 베란 전 주중 미국 대사대리는 중국이 문구 변경 아이디어를 계속 띄우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트럼프가 반드시 새로운 발언을 하지 않아도 중국으로서는 괜찮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퍼뜨리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법"이라며 중국이 이를 통해 "대만의 입지를 약화하고 역내 불확실성을 조성"할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일시적 영향밖에 없을 수도 있는 표현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성 협상을 시작하는 것보다도 위험이 오히려 적어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에 정통한 몇몇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무기 판매 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FT에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근무하는 중국 전문가 퍼트리샤 킴은 "중국은 대만을 위한 지난번 무기 판매 패키지와 예정된 대규모 패키지에 불만이 있음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패키지를 연기하거나 축소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계획을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올해 1월 승인을 받아 놓고도 2월에 정식 서면 통보 절차를 미룬 바 있다.
이는 당초 4월로 계획됐다가 미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미국 언론매체들은 보도했다.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셔힌(뉴햄프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전 의회에 무기 수출 계획의 공식 통보를 하라고 촉구하면서 이것이 "중국이 대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란은 트럼프가 이번 회담을 "획기적인 것"으로 포장하고 "안정 유지에 높은 가치를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가 무기 판매를 두고 협상을 벌일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올해 하반기 미국을 답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란은 "시 주석이 트럼프에게 또 다른 기록적인 무기 판매 패키지는 중국의 레드라인(red line·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선)이며 정상급 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만약 장기간 무기 판매를 연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를 확보했다고 베이징 측이 믿는다면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solatid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