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장기 연체채권이 23년 만에 본격적인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금융당국은 카드대란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해온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채권을 새도약기금으로 넘겨 장기 추심을 중단하고, 취약계층 채무는 소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사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장기연체채권 처리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조치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추진된 긴급 대응 성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연체채권 문제를 두고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상록수는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자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다. 그러나 이후 23년 동안 장기 추심과 회수 활동이 이어지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고통이 지속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새도약기금을 통해 금융회사가 보유한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상록수 보유 채권에 대한 매각 협의도 진행해왔다.
이날 회의에서 상록수 사원들은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을 최단 시일 내 일괄 매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새도약기금 대상이 아닌 잔여 채권도 캠코에 매각해 카드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 추심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상록수 청산이 이뤄질 경우 약 11만명, 채권액 기준 845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무자가 추심 부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면 즉시 추심은 중단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 채무는 별도 상환능력 심사 없이 소각할 예정이다. 그 외 채권도 상환능력을 심사해 사실상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1년 이내 소각하고,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에는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상록수 외에도 유사한 구조로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유동화회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장기 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참여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권의 연체채권 관리 관행 자체를 손질하기 위해 올해 2월 발표한 ‘연체채권 관리절차 개선방안’의 현장 안착 여부를 점검하고 추가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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