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말 소폭 개선됐다. 금리와 주가 상승으로 가용자본이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보험사의 미래 이익 기반으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 CSM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지표 개선을 곧바로 본업 체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12월 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 K-ICS는 212.3%로 전분기 말 210.8%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생명보험사는 205.8%로 4.4%포인트 올랐고, 손해보험사는 221.9%로 2.2%포인트 하락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해 말 보험사의 가용자본은 284조원으로 전분기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고, 요구자본은 133조8000억원으로 3조5000억원 늘었다. 가용자본 증가폭이 요구자본 증가폭을 웃돌면서 전체 비율이 개선됐다.
시장이 밀어올린 건전성 지표
이번 K-ICS 개선에는 주가 상승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사 가용자본은 보험계약마진 5조4000억원 감소와 결산배당 3조6000억원 등 감소 요인이 있었지만, 주가 상승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5조9000억원 늘며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9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개선이 보험사의 영업 체력 개선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보유 금융자산의 평가손익 등 시장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주가가 오르면 자본 확충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증시가 흔들리면 건전성 지표도 다시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수치만 보면 보험사의 건전성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개선분 상당 부분은 시장 가격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주가와 금리 환경이 바뀌면 자본비율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K-ICS 개선, 그러나 CSM은 줄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CSM 감소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에서 앞으로 인식할 이익으로,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말 보험사 K-ICS는 올랐지만 CSM은 전분기보다 5조4000억원 줄었다. K-ICS가 금융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는 자본 여력 지표라면, CSM은 보험영업을 통해 쌓아가는 이익 기반에 가깝다. 자본비율 개선만으로 본업 경쟁력까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권별 흐름도 엇갈렸다. 생명보험사의 K-ICS는 205.8%로 전분기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221.9%로 여전히 생보사보다 높았지만 전분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대형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198.0%, 226.0%로 상승한 반면, 한화생명은 157.5%로 소폭 하락했다. 손보사에서는 삼성화재 262.9%, DB손보 218.2%, 메리츠화재 241.3%로 낮아졌고, 현대해상과 KB손보는 각각 190.1%, 191.5%로 올랐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롯데손보는 159.5%로 전분기보다 17.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장기 보험부채 비중이 큰 생보사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보사는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위험액 증가 등이 요구자본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회사의 비율이 낮아졌다.
좋아진 K-ICS, 다음 과제는 자본의 질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지급여력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동 상황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험사가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단순 K-ICS 비율보다는 자본의 질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은 단기적으로 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보험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력과 안정적인 자본 확충 없이는 건전성 관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K-ICS 개선은 보험사들이 당장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키웠다는 의미는 있다”면서도 “다만 주가가 떠받친 자본 여력과 줄어든 CSM을 함께 봐야 하는 만큼, 이를 곧바로 본업 체력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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