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호텔 마케팅의 초점이 SNS 속 ‘보여지기 위한 장소’로 쏠리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F&B가 브랜드 노출의 핵심 창구로 부상하며 ‘인증샷 경쟁’이 임계점에 도달한 가운데 유행 낙오에 대한 불안이 결국 브랜드 고유성과 본연의 경쟁력까지 잠식하는 출혈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주요 특급 호텔들이 올여름 대목을 앞두고 선보인 망고빙수 등 시즌 프로모션 가격이 전년 대비 또다시 상향 조정됐다. 일부 상품은 이미 10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가 정책 배경에 식재료비 상승뿐 아니라 공간 연출, 협업 마케팅, SNS 홍보, 포토존 운영 등 외형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함께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경쟁 양상이 이제 단순한 시즌 마케팅을 넘어 호텔업계 전반의 ‘생존형 경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객실 판매만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F&B와 부대시설은 외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아 마케팅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객실 상품과 달리 디저트와 시즌 프로모션은 비투숙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고,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 역시 빠르게 나타난다. 소비자들이 호텔을 ‘화제가 되는 공간’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호텔 역시 콘텐츠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호텔 내부에서는 객실, 시설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 럭셔리 호텔 공급이 늘어난 데다 호캉스 문화가 대중화되며 소비자 기대 수준도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객실 규모와 전망, 서비스 수준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포토존과 디저트 비주얼, 시즌 콘셉트 등 ‘SNS 친화적 요소’가 브랜드 존재감을 좌우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방식의 콘텐츠 경쟁이 반복될수록 차별화 효과가 약해지는 반면,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호텔들은 고급 식재료와 공간 연출, 협업 마케팅, 인력 운영 등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비슷한 콘텐츠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현실 속 소비자 피로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콘텐츠 수명이 짧아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시즌 화제가 된 디저트와 패키지는 곧바로 경쟁 호텔들이 유사하게 따라오고, 이후에는 더 화려한 비주얼과 더 비싼 식재료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고유성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갉아먹는 비용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호텔 내부 피로도 역시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시내 B 호텔 관계자는 “망고빙수나 시즌 프로모션은 수익성만 보고 운영하는 상품은 아니다”라며 “요즘은 SNS에서 보이지 않으면 존재감 자체가 약해지는 분위기가 있어 사실상 안 할 수 없는 경쟁이 됐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 호텔업계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데 방점을 둔다. 인건비와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를 장기간 기획·운영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호텔들이 상대적으로 즉각적인 홍보 효과와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즌 프로모션 경쟁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싣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호텔 서비스는 무형의 가치에 가까워 소비자가 차별성을 즉각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반면 디저트나 시즌 프로모션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가시적인 홍보 효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도 보여지는 콘텐츠 경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호텔업계는 인건비와 운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서비스 차별화 전략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호텔만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다양한 콘텐츠·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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