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반도체 수출 호조와 증시 강세에도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꾸준한 고유가 흐름에 외인 매도세, 엔화 약세가 더해지며 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개장 직후 7999.67까지 오르며 ‘팔천피’를 불과 0.33포인트 남겨두기도 했다. 전날에는 전장 대비 324.24포인트(4.32%) 급등한 7822.24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돌파,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달 1~10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7% 늘어난 184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수출 호조 또한 견조했다.
반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돌파한 뒤 1489.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만에 1480원을 돌파한 데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1499원 선을 터치하는 등 다시금 1500원에 가까워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7원 오른 1472.4원에 마감하며 상승 압력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코스피가 오르면 원화도 강세를 보이는 동조 흐름이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매커니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꼽힌다. 외국인은 11일 하루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3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단기 급등 이후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식 매도 대금이 달러로 환전되며 원·달러 환율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해소되지 않은 중동 변수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이란 휴전 상황을 불안정하게 평가하고 이란 측 제안을 강하게 거부하면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됐다. 국제유가는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 기준 배럴당 104달러선까지 치솟아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KB증권 이상범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국제유가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배럴당 100달러 수준은 원·달러 환율은 1489원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돌파 시 환율은 1500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전날 일본은행(BOJ)의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며 원화에 추가 하방 압력을 더했다. BOJ는 4월 회의에서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으며, 성장 전망도 1.0%에서 0.5%로 낮춰 잡았다. 일본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2.545%까지 오르며 2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고, 엔화 매도세가 강화되며 달러·엔 환율은 157엔대에서 약세를 이어갔다.
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최근 단기간에 상승한 코스피 지수에 따른 차익 실현성 매물이 많이 나오며 환율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BOJ 의사록 발표 이후 나타난 엔화 약세를 따라가며 환율이 올랐다”며 “달러도 강세 흐름이며 유가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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