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반에 생성형 AI를 깊숙이 결합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Gemini Intelligence)’ 전략을 공개했다. 단순 음성비서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앱을 실행하고, 예약과 쇼핑, 검색, 문서 입력까지 처리하는 방향으로 모바일 AI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글은 최신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픽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해당 기능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말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자동차, 스마트안경, 노트북 등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AI 챗봇 경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이 가장 전면에 내세운 변화는 ‘멀티 앱 자동화’다. 이용자가 여러 앱을 오가며 직접 수행하던 작업을 AI가 대신 처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피닝 수업 맨 앞자리 예약해줘”라고 요청하면 제미나이가 예약 과정을 단계별로 수행한다. 지메일에 있는 강의계획서를 읽고 필요한 교재를 장바구니에 담는 기능도 소개됐다.
핵심은 화면 맥락 이해다. 사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화면 정보를 AI가 읽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앱 작업까지 이어간다.
구글이 제시한 사례에서는 메모 앱에 적어둔 장보기 목록을 제미나이가 인식한 뒤 배달 앱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담는다. 여행 팸플릿 사진을 촬영한 뒤 “익스피디아에서 비슷한 6인용 투어 상품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기존 모바일 AI가 검색·추천 중심이었다면,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실제 실행 단계까지 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개인정보 접근 범위가 확대된다는 점은 향후 논쟁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화면 데이터와 앱 정보, 사용자 행동 패턴이 AI 자동화 과정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는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작동하며 작업 종료 즉시 멈춘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 승인 권한 역시 사용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오는 6월 말부터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에 ‘제미나이 인 크롬(Gemini in Chrome)’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웹페이지 내용을 요약하거나 비교할 수 있고, 예약 업무 같은 반복 작업도 AI에게 맡길 수 있다. 병원 예약이나 주차 공간 예약처럼 비교적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웹 작업을 자동 수행하는 방식이다.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AI 경쟁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퍼플렉시티 등 주요 기업들이 AI 기반 탐색 경험 강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구글 역시 검색과 브라우저를 AI 중심 구조로 재편하는 흐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구글 입장에서는 검색 체류 시간과 사용자 행동 흐름을 AI 경험 안에 묶어두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키보드 ‘지보드(Gboard)’에는 새로운 음성 기반 AI 기능 ‘램블러(Rambler)’가 추가된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말하면 AI가 핵심 내용만 정리해 문장 형태로 다듬어준다. 말 중간에 반복하거나 “음”, “아” 같은 추임새를 넣어도 의도를 파악해 매끄러운 문장으로 변환하는 구조다.
구글은 램블러가 다국어 환경까지 고려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한 문장 안에서 영어와 다른 언어를 섞어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맥락을 유지한 채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가 모바일 입력 환경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 키보드가 단순 입력 도구를 넘어 ‘실시간 글쓰기 보조 AI’ 역할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생성형 AI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영역에도 적용한다. ‘내 위젯 만들기(Create My Widget)’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맞춤형 위젯을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주 고단백 식단 레시피 3개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대시보드형 위젯이 자동 생성된다. 사이클링 이용자를 위한 풍속·강수량 중심 날씨 위젯 생성 사례도 함께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UI가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경쟁의 다음 단계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앱 중심 구조에서 AI가 필요한 정보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새 디자인 언어인 ‘머티리얼 3 익스프레시브(Material 3 Expressive)’도 함께 공개했다. 시각적 요소를 단순 미관이 아닌 사용자 집중도와 작업 흐름 중심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삼성전자와 구글의 AI 동맹 강화 측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우선 삼성 갤럭시 최신 기기와 픽셀 스마트폰에 적용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갤럭시 AI 협력 흐름이 운영체제 수준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애플 역시 자체 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확대 중인 상황이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AI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실제 사용자 경험 완성도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앱 간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처리와 오류 책임 문제가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모바일 운영체제가 AI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는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기능 일부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운영체제 자체를 움직이는 핵심 계층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축도 하드웨어 성능 중심에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AI를 구현하느냐’로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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