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도 안 통했다" 삼성전자 사후조정 결렬···'긴급조정권' 발동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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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도 안 통했다" 삼성전자 사후조정 결렬···'긴급조정권' 발동 촉각

뉴스웨이 2026-05-13 11: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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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29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최종 결렬을 선언하며 반도체 총파업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정부가 2005년 이후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등 상황은 일촉즉발이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파업을 즉시 멈추게 할 수 있는 초강수인 동시에, 노사 갈등을 더 깊게 잠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첫날 11시간30분, 둘째 날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명확화와 영업이익 연동 방식 등을 요구해왔지만, 사측·중노위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조정 종료 직후 "성과급 상한 폐지, 투명화·제도화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며 "사후조정은 오늘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결렬로 시장의 시선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발동할 수 있다.

우선 해당 사업장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긴급조정 기간인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행위도 할 수 없어,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진행하려던 총파업은 없었던 일이 된다. 노조가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간주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회사는 불법파업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즉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 양측을 상대로 15일간 조정에 들어간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 결정을 내린다.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노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임금과 근로조건을 중앙노동위원회라는 제3자가 결정하게 되는 만큼, 자율교섭 원칙을 국가가 제한한다는 점에서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조치다.

올해 발동이 현실화한다면 2005년 이후 21년 만의 사태가 된다. 긴급조정권은 지금까지 네 차례만 발동됐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같은 해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전부다.

이 가운데 민간 대기업 제조업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93년 현대차가 유일하다. 만약 삼성전자에도 긴급조정권이 발동된다면 제조업 기준으로는 33년 만의 사례가 된다.

이번 삼성전자의 사안은 과거 네 차례의 발동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사례가 주로 국내 물류·여객 마비나 특정 산업의 수출 차질 등 국민 불편과 국내 경제 지표 악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업은 AI 시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와 국가 안보 수준의 핵심 기술 자산 보호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핵심 배경도 '반도체 공급망 보호'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파운드리 수요가 맞물리면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 수출 품목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국내 협력사, 장비·소재 공급망까지 연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과거 사례와 다른 대목이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을 즉시 멈추게 할 수 있지만, 노사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나 중재안은 통상 노사 양측의 요구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상한 폐지나 영업이익 연동 방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그간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DS부문과 DX부문 사이에서 누적돼온 내부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번 갈등의 핵심이 성과급 산정 방식과 보상 체계의 투명성인 만큼, 정부 개입으로 쟁의행위가 멈추더라도 내부 불만은 더 깊게 잠복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 등 핵심 인력이 경쟁사나 해외 기업으로 이탈하는 인재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단기적인 생산 차질보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기술 경쟁력에 더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 같은 후폭풍을 우려해 신중한 기조다. 강압적인 수단으로 덮은 갈등은 추후 더 지능적인 준법 투쟁이나 노정 충돌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업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임금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협력사와 글로벌 고객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정부도 공급망 리스크 차원에서 사안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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