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N] 흥보가로 다시 서는 '조선판스타' 김나니, 20년 소리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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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N] 흥보가로 다시 서는 '조선판스타' 김나니, 20년 소리의 새 출발

뉴스컬처 2026-05-13 10:21: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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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김나니. 사진=김나니 공식 SNS
소리꾼 김나니. 사진=김나니 공식 SNS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소리꾼 김나니가 스무 해 동안 품어온 동초제 흥보가를 라이브 녹음 형식으로 다시 꺼낸다. 김나니는 방송과 공연장을 오가며 알려진 얼굴은 아니다. 스승에게 배운 소리를 자기 몸 안에서 오래 붙든 소리꾼이다. 김나니에게 흥보가는 오래된 숙제에 가깝다. 스승 김세미에게 동초제 흥보가를 배운 지 20년이 흘렀다. 18세에 소리를 공부하던 시절 남긴 노트 속 ‘2006. 1. 3 끝’이라는 짧은 메모는 해당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출발점이었다.

스무 해 동안 사람 김나니도, 소리꾼 김나니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자신을 다그치고 단단해지려 애쓴 시간도 길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단해지려는 방식이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녹음 준비는 힘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흥보가 완창은 그래서 더 사적이다. 김나니는 소리를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해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흥보가의 가난과 욕망, 선의와 탐욕, 벌과 깨달음의 서사는 김나니 자신의 시간과도 겹친다. 중심은 결국 ‘김나니의 흥보가’다. 2014년 ‘김나니의 동초제 흥보가 완창’을 선보였고, 2023년에는 동초제 심청가 완창 무대에 섰다. 2024년에도 동초제 흥보가 완창을 진행했다.

동초제 흥보가는 동초 김연수 명창이 1930년대 여러 바디를 참고해 자신의 더늠으로 새로 짠 소리 계열이다. 동초제는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한다.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가 정교하다. 붙임새가 다양해 이야기 전개와 맺고 끊는 맛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흥보가는 형제의 대비를 앞세운 서사다. 가난하지만 마음을 잃지 않는 흥보와 욕심 많은 놀보가 중심에 선다. 잘 알려진 흥보 박 타는 대목 뒤에도 동초제 흥보가의 후반부에는 상여꾼, 초라니패, 사당패, 각설이패 등이 등장한다. 권선징악의 흐름이 길고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점이 특징이다.

소리꾼 김나니. 사진=야기웍스
소리꾼 김나니. 사진=야기웍스

 

김나니의 완창은 후반부까지 밀고 간다. 흥보가를 짧은 눈대목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긴 서사 전체의 힘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놀보가 흥보를 내쫓고, 흥보가 박을 타 새 삶을 얻고, 놀보가 욕심 탓에 무너지는 과정 등 세 개의 시간으로 나뉜다.

공연은 1부 ‘곤(困)’, 2부 ‘전(轉)’, 3부 ‘과(果)’로 구성했다. 곤은 가난과 고난의 시간, 전은 흥보의 삶이 바뀌는 전환의 시간이다. 과는 욕망의 대가와 깨달음의 시간이다.

‘곤’은 놀보의 심술로 흥보가 집에서 쫓겨나는 대목에서 출발한다. 흥보는 가난과 설움 속에서 지낸다. 먹을 것도, 기댈 곳도 마땅하지 않은 처지가 이어진다. 형제의 정을 기대하고 놀보 집을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매질이다. 흥보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돌아온다. 마지막에는 흥보를 살릴 중이 등장한다. 막다른 처지에 몰린 흥보 앞에 새로운 전환의 실마리가 생기는 장면이다.

김나니의 소리는 흥보의 처지를 지나친 감상으로 밀지 않는다. 사설의 리듬과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곤궁한 삶의 무게를 긴 호흡으로 세운다.

‘전’은 흥보의 삶이 바뀌는 대목이다. 시작은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인연이다. 흥보는 다친 제비를 돌보고, 제비는 은혜를 갚는 존재가 되어 돌아온다. 제비노정기를 지나 박씨를 심고 기르는 과정이 펼쳐진다. 박씨는 흥보 집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오는 씨앗이다.

첫째와 둘째 박에서는 쌀과 돈, 비단이 나온다. 생계를 짓누르던 궁핍이 풀리는 순간이다. 셋째 박에서는 양귀비와 사람들이 등장한다. 흥보의 집은 비어 있던 공간에서 북적이는 삶의 자리로 바뀐다. 슬픔과 설움의 정조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달라진다. 김나니는 흥보 박 타는 장면에서 해학과 탄력, 소리의 속도감을 살린다.

‘과’에서는 놀보는 흥보 집을 찾아가 화초장을 얻어 돌아온다. 흥보가 제비 덕에 복을 얻었다는 사실을 안 놀보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다. 박씨를 얻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다. 놀보는 박씨를 얻지만, 박을 탈수록 뜻밖의 일이 잇달아 재산을 잃는다. 기대했던 재물 대신 재난에 가까운 장면들이 나타난다.

소리꾼 김나니. 사진=야기웍스
소리꾼 김나니. 사진=야기웍스

 

마지막에는 장비가 등장한다. 장비의 등장은 놀보가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흥보가의 권선징악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스운 장면 속에 욕망의 끝이 숨어 있다. 벌의 장면은 웃음으로만 닫히지 않는다. 김나니는 놀보의 탐욕, 인물의 우스꽝스러움, 서사의 경고를 교차시키면서 완창의 끝을 향한다.

김나니는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소리 전공 예술사와 전문사를 마쳤다. 현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소리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2007년 제25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소리 부문 장원, 2014년 제7회 수궁전국국악경연대회 소리 부문 일반부 장원에 올랐다.

고수로는 황민왕과 조한민이 참여한다. 흥보가 완창에서 북은 서사의 숨을 조절한다. 긴 대목에서는 소리의 골격을 세운다. 급한 장면에서는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속도를 밀어 올린다. 김나니의 소리와 두 고수의 장단은 흥보가의 희극성과 비극성, 해학과 긴장을 동시에 만든다.

김나니의 ‘흥보가 완창’은 소수 관객 앞에서 소리를 음원과 영상으로 공연이다. 오는 16일 서울 강남구 아기스튜디오에서 열린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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