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지난 12일 찾은 홈플러스 면목점. 입구에는 지난 10일부터 영업이 중단됐음을 알리는 현수막만 덩그러니 내걸려 있었다. 매장 뒷편에 있는 창고의 물품을 실어 나르던 화물차들은 가동을 멈췄고, 최소한의 상주 인력만 남은 매장 안팎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지난 1999년 한국까르푸 면목점으로 첫발을 뗀 이곳은 홈에버를 거쳐 지금의 홈플러스에 이르기까지 27년 가까이 지역 주민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져온 곳이다. 영업 중단 소식을 미처 알지 못한 손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바구니를 든 채 방문한 한 30대 신혼부부는 “이제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입점 매장 직원 A씨는 “주말이면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는데 진열대가 비워지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7월 초까지 잠정 중단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트 영업은 중단됐으나 내부 임대 매장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8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수익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7월 3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면목점 역시 이 ‘셧다운’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를 밟기 전까지 126개의 매장을 운영했던 홈플러스는 이날 기준 67개로 줄어들며 사실상 운영 매장이 ‘반토막’이 났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대량 폐점’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서울 신내점, 부천소사점, 순천풍덕점 등은 문을 닫았으며 잠실점, 인천논현점, 부산센텀시티점 등 주요 점포들도 부지 임대차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경색된 자금난…‘익스프레스’ 매각에도 첩첩산중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은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의 운영 자금을 투입하고, 최근 슈퍼마켓 사업 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하림 계열 NS홈쇼핑에 약 1200여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당장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다.
매각 대금 유입까지는 약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확보된 자금 상당 부분도 체불된 4월 급여와 밀린 운영 대금을 치르는 데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신규 투자나 운영 정상화를 위한 여력이 없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브릿지론과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요청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메리츠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향후 대형마트 부문까지 매각하는 방식의 회생 계획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점포 구조조정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운영자금 지원을 통해 영업을 유지하며 사업양도나 M&A를 추진하는 것이 청산보다 채권 변제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기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회생절차가 중단될 경우, 대규모 고용불안과 협력업체 피해, 지역 상권 위축 등 사회적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사회적 책임과 상생의 가치를 고려해 포용적 금융기관으로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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