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SKC가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로 꼽히는 글라스기판 사업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에 동시에 속도를 낸다.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반도체 중심 사업 재편’의 승부처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을 주당 9만9500원으로 확정하고 총 1173만주를 발행해 약 1조1671억원을 조달한다. 이는 당초 계획 대비 조달 규모가 확대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단순 차입금 보완 목적이 아닌 ‘글라스기판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베팅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유기기판의 한계를 대체할 차세대 기판 기술 확보 경쟁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AI 반도체 시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글라스기판
글라스기판은 유리 소재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판이다. 기존 플라스틱 계열 기판 대비 휨 현상이 적고 미세회로 구현에 유리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반도체 시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서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고집적·고발열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단순 칩 성능을 넘어 패키징과 기판 기술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SKC는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글라스기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앱솔릭스는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에 차세대 네트워크 반도체용 논 임베딩(Non-Embedding) 글라스기판 시제품을 공급하며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신뢰성 평가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연내 양산 준비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라스기판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AI 반도체 고도화 흐름 속에서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SKC 역시 상용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유증 확대 효과…부채비율 230%→129%
이번 유상증자의 또 다른 핵심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SKC는 당초 글라스기판 투자에 약 5900억원을 투입하고 차입금 상환에 4100억원 수준을 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 상승으로 최종 조달 금액이 늘어나면서 증가분 상당수를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 상환 규모는 약 5775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를 반영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약 230% 수준이던 부채비율이 약 129%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재무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화학·배터리 소재 업종 전반이 업황 둔화와 투자 부담으로 재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SKC 역시 실적 부진과 차입 부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특성상 기존 주주 가치 희석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고 본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글라스기판 상용화 속도와 수익성 입증 여부”라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만큼 시장도 실제 사업 성과를 더 민감하게 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10개 분기 만의 EBITDA 흑자…시장 신뢰 회복 신호
SKC는 최근 실적 측면에서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EBITDA 기준 10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본업 경쟁력 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김종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미국 뉴욕 등 4개 도시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 활동에 직접 나선 점도 시장 신뢰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SKC는 설명회를 통해 반도체 중심 사업 구조 재편과 글라스기판 사업 추진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AI 인프라 확대 흐름 속에서 국내 소재 기업 가운데 차세대 패키징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SKC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래 사업 가치와 회사 방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공감한 결과”라며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글라스기판 상용화와 재무 안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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