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들이 모여서 저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김민주가 믿는 작은 사랑의 힘.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Dior,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샤이닝>이 얼마 전 종영했어요. 10대의 끝자락에 이별한 첫사랑 ‘연태서’(박진영)와 ‘모은아’(김민주)가 서른이 되어 재회해 사랑을 다시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죠. 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 마음이 어떤가요?
<샤이닝>을 준비하고 선보일 날을 기다리는 내내 엄청 떨렸어요.(웃음) 시청자들이 태서와 은아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간다는 사실에 새삼 신기해하면서 어느덧 끝에 다다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드라마는 나한테 첫사랑처럼 남겠구나.’ <샤이닝>이 태서와 은아의 처음을 다루듯이, 언젠가 제 처음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봤을 때도 이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긴 호흡으로 촬영을 이어가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았어요.
특별히 새롭게 다가온 점은 무엇이었어요?
처음으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서 대본을 읽었을 때 되게 설렜거든요. 그런데 읽을 때의 설렘을 연기로 잘 표현해내는 건 다른 영역의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카메라에 담기면,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도 커다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정말 대단하게 여겨지더라고요. 이번 현장에서도 김윤진 감독님과 배우들을 비롯한 모두가 아주 세밀하게 작업했어요. 작은 신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그려내야 좋을지 고민했고, 대본에 없던 신들을 더하기도 했죠. 10대의 태서와 은아가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면을 30대 때 다시 한번 만들어내면서 과거와 현재를 긴밀하게 잇는 식으로요. 10대 시절에는 작은 일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30대에 들어서면 당시의 기억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지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배우로서 그 과정을 경험했으니 이제는 멜로드라마를 감상할 때 달리 보이는 지점도 생길 것 같아요.
그렇겠죠?(웃음) 예전에는 ‘아, 너무 좋다!’라고만 느꼈던 부분을 사뭇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는 이런 점을 고심하면서 촬영했겠구나’, ‘이 장면은 엄청난 노력 끝에 탄생했겠군’ 하면서요. 멜로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기를 바라요.
<샤이닝>에 함께한 모두가 섬세히 심혈을 기울인 덕분인지, 예쁜 장면이 참 많더라고요. 한 편의 소설을 영상으로 펼쳐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이 드라마에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태서와 은아가 10대 시절을 보낸 ‘연우리’ 풍경이 특히 좋더라고요. 함께 자전거를 타던 하굣길, 마을 한쪽에 자리한 습지, 우리 집 뒷마당. 둘이서 추억을 쌓은 곳들이 참 예뻐 보여요. 그 풍경 속에 있었다는 게 저에게도 예쁜 기억이 될 것 같고요.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장면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확실히 깊이 고민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10대의 은아에게는 밝고 솔직한 면면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려 했고, 20대 땐 하고 싶은 일을 드디어 찾은 은아의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30대가 제일 어려웠죠. 제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이니까요. 10~20대의 경험을 통해 은아한테 어떤 나이테가 생겼을지, 그러면서 은아의 성격과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자주 상상했어요.
드라마를 보니 실제로 30대처럼 느껴지던데요.(웃음)
진짜요?(웃음) 감사합니다. 외적으로 변화를 크게 주진 않았지만, 헤어와 의상을 비롯한 요소를 활용하면서 시각적으로도 30대의 은아로 보이려 했어요. 일부러 얼굴 살을 조금 빼기도 했고요.(웃음)
은아의 나이대가 달라져도 반드시 유지하려고 한 부분이 있다면요?
은아가 본래 지닌 밝은 성향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 면을 문득문득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이 태서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 태서를 만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10여 년에 걸친 서사 속 은아를 그렸어요.
<샤이닝>의 이야기 이후 은아가 어떻게 지내면 좋겠어요?
은아에게는 해결하지 못한 채 미뤄온 일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요. 태서, 아빠(김태훈)와 잠시 만났던 ‘소현 씨’(김지현) 등 가까이에 있는 존재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마주하고 풀어가는 게 이야기의 끝에서 은아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면서 좀 더 성장하고,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요. 그때가 오면 은아가 더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만남부터 이별까지, 사랑의 여러 면면을 그려내는 드라마에 함께하면서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봤나요?
태서와 은아가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솔직해질 용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이란 아예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니까요. 상대를 헤아리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누고, 그 사람을 아끼는 만큼 둘 사이의 관계에 책임도 져야 할 거예요. 쉽지 않은 일이겠죠. 사랑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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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기에 따라 다르게 와닿기도 하잖아요.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사랑이 어떤 의미로 다가와요?
어릴 땐 20대 중반쯤 되면 ‘사랑 은 이런 거야!’라고 할 만큼 명확해질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그 자체로 사랑이겠구나’라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들더라고요. 여러 관계 속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들이 모여서 저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요즘 세상이 삭막하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사랑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거라고 믿거든요. 일상의 찰나에 느낀 사랑이 오래도록 삶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 사랑의 힘을 감지한 순간이 있다면요?
귀여운 일화가 하나 떠오르네요.(웃음) 제가 디저트를 엄청 좋아하는데, 어느 날 동생이 한 카페에 갔다가 맛있다고 소문난 디저트를 사 왔대요. 그게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도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거예요. 그 마음이 참 고맙고 예뻤어요.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죠. 아무리 작은 마음일지라도, 작게 여겨서는 안 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요즘 일상에서 따뜻한 마음을 더 많이 주고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요즘 어떤 것들에 작은 사랑을 듬뿍 쏟고 있어요?
음… 좀 더 생각해볼게요. 마지막에 다시 물어봐주세요.(웃음)
그럴게요.(웃음) 평소 사랑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도 즐겨 본다고 들었어요.
연인, 가족, 친구 등 사랑에 관한 작품이라면 다 좋아해요.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는 얘기니까요. 평소 저만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그러다 보면 이따금 혼자가 된 사람처럼 느껴져서 외로워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사랑을 말하는 작품을 보면 ‘결국 모든 걸 구하는 건 사랑이구나’ 하 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한번 더 새기게 되고요.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듯해 기분이 좋더라고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다 보면 마음속 사랑이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죠. 작품 속 캐릭터를 대할 때도 그래요. 대본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랑을 품기 시작하면, 그 친구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샤이닝>의 은아, 꿈을 좇던 <청설>의 ‘가을’, 스스로를 아껴주기 위한 과정을 겪는 <언더커버 하이 스쿨>의 ‘예나’ 등 모두를요. 차기작인 <뷰티 인 더 비스트>의 ‘민수’도 이전 역할들과 꽤 다른 캐릭터라 새로운 애정과 재미를 느끼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한 영상 콘텐츠에서 배우의 장점으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작품 안팎에서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 원래 제 아쉬운 부분을 훨씬 크게 보는 편이었는데요. 작품 속 캐릭터에 저를 비춰보고, 일상에서도 자신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보내온 날들이 ‘나는 이런 게 부족하지만, 다른 장점도 분명히 있어’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줬어요. 그게 이 일을 해나갈 때도, 삶을 살아갈 때도 견고한 믿음이 되어주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 자신을 더 욱 아껴주게 된 것 같아요.
그 믿음을 기반으로 나아갈 때 동력이 되어주는 건 여전히 ‘끈기’인가요? 데뷔 초반부터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주 언급한 단어가 끈기예요.
네. 그런데 이제는 끈기보다 책임감에 더 가까워진 듯해요. 그저 매 순간 제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무조건 완벽하게 해낼 거란 강박에 조금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삶의 시간들을 건너오면서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잘해라!’와 ‘잘할 수 있을 거야’ 사이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때로는 반성도 하면서 나아 가는 중이에요.
앞으로의 여정에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음… 진심이요. 진심으로 할 때 가장 밝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작품에 함께하든, 무엇을 하든 마음을 다하고 싶어요.
진심은 느껴지기 마련이니 그 마음이 향후 행보에서도 분명히 느껴질 거예요. 이제 아까 답하지 못한 질문으로 마무리할까요. 요즘 김민주 배우의 사랑이 닿는 곳은 어디인가요?
진짜 많아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달콤한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건강하다는 것. 제 삶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을 모두 사랑하고 있어요. 또 요즘 날씨가 따뜻하잖아요. 현장에서 롱 패딩을 입거나 핫팩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까 행복하더라고요.(웃음) 봄이 와서 참 좋네요.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사랑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거라고 믿거든요.
일상의 찰나에 느낀 사랑이 오래도록 삶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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