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버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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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버스의 재발견

이데일리 2026-05-13 07:43: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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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LT 센터장 / 관광·MICE 전문기자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의 어원은 ‘모두를 위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옴니버스’(Omnibus)다. 1823년 프랑스 낭트에서 제분소를 운영하던 스타니슬라스 보드리가 곡물 분쇄기 열을 식히고 남은 온수로 만든 온천장을 찾는 손님을 위해 도입한 18인승 합승 마차 ‘보와튀르 옴니버스’(모두를 위한 차량)에서 시작됐다.

온천을 무료로 개방하던 보드리는 이용객이 늘자, 요금을 받으면서 더 많은 손님을 끌어모을 묘책으로 ‘모두를 위한 차량’ 서비스를 고안했다. 단순히 승객을 실어 나르는 ‘운송’ 기능 외에 온천 이용객을 늘리려는 ‘관광 비즈니스’가 목적이었던 셈이다. 시내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온천까지 알아서 찾아오던 이용객들은 이전엔 내지 않던 요금을 내면서도 더 자주, 더 많이 몰려들었다.

보와튀르 옴니버스와 달리 국내에 도입된 버스는 처음부터 목적과 용도가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1920년 국내 최초로 대구에서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물론 1928년 경성(서울) 도로 위를 달리던 마차 형태 20인승 버스 역시 경성역과 충무로 사이를 오가는 대중교통 용도였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최근 버스 노선과 운행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시내와 시외, 고속버스할 것 없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선이 없어지고 운행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2만 2000개가 넘던 전국 시외·고속버스 노선과 운행 횟수는 30% 넘게 급감했다. 손해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운행하던 적자 노선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줄줄이 폐지되고 축소된 탓이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주로 폐지되거나 운행이 축소된 버스 노선이 인구 감소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절반가량이 인구 감소 지역에 있는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은 코로나19 이전 305개에서 285곳으로 줄었다. 자가용 이용에 지하철, 고속철도 같은 대체 수단이 늘면서 나타난 필연적 현상이나 결과로 보고 지나쳐선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0여 년 전 보드리가 보와튀르 옴니버스로 온천 이용객을 늘린 것처럼 버스를 ‘관광 인프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려면 버스를 수요에 따라 공급을 결정하는 대중교통이 아닌 ‘선(先) 공급, 후(後) 수요’가 기본인 ‘관광 개발’ 개념으로 봐야 한다. 당장 정주 인구보다 잠시라도 머무는 단 한 명의 관계 인구(관광객)가 절실한 인구 감소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버스가 관광 인프라로 기능할 때 기대되는 변화와 효과만도 여럿이다. 줄어든 노선과 운행 횟수로 불편이 컸을 지역민의 고충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진흥기금 저리 융자 등을 통해 터미널 등 낡은 시설을 개선, 지역 여행의 여건과 편의를 끌어올릴 수 있다. 버스 이용이 늘어 지역 내 정류소나 터미널 일대 유동 인구가 늘면 구도심 상권이 되살아나는 도시 재생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인근 서너 개 도시 버스 노선을 한데 묶는 ‘통합 환승할인 제도’로 지역 간 연결성은 물론 여행지로서 편의성, 다양성도 높일 수 있다.

항공이나 철도 못지 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변화들이다. 적용 대상, 실현 가능성 면에서도 지방공항의 직항·경유 노선 늘리기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의 열쇠는 길 위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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