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연일 고점을 높이던 뉴욕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시장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요 지수는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6.09포인트(0.11%) 소폭 오른 4만9760.56에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88포인트(0.16%) 하락한 7400.96을,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185.92포인트(0.71%) 밀린 2만6088.20에 거래를 마감하며 이틀째 이어오던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췄다.
◇‘끈적한 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3.8% 뛰어오르며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이란 분쟁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고물가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미·이란 종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며 큰 폭으로 올랐다. 브렌트유는 3.4% 상승한 배럴당 107.7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 급등한 102.18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AI 랠리 주도하던 반도체주 ‘털어내기’
물가 쇼크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기술주, 그중에서도 올해 급성장한 반도체주에 직격탄을 날렸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연초 이후 65% 폭등했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3%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퀄컴이 11.46% 폭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고, 인텔(-6.82%)과 샌디스크(-6.17%), 웨스턴 디지털(-5.25%) 등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인 마이크론도 3.61% 하락하며 시총을 덜어냈다.
◇금융시장 ‘금리 인상’ 베팅… 국채 금리 다시 5%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자 채권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4.46%로 올라섰고, 30년 만기 수익률은 전날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5.03%를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장기 금리의 심리적 저항선인 5%선이 붕괴됐다.
통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시각도 급변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은 전날 24%에서 이날 36%까지 치솟았다. 증권업계 한 “금리 인하 기대를 넘어 이제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투자 심리 위축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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