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자기보고식 자료에만 의존…실질적 검증 수단 없어
부작용 누락 시 파악 불가…보건당국 관리 방안 마련 시급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새로운 의료기술은 병원에서 정식으로 사용되기 전에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유망한 기술이 환자들에게 더 빨리 전달될 수 있도록 이 검증 기간을 잠시 뒤로 미뤄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제도다.
최근에 이 제도를 이용해 진료 현장에 도입되는 신기술이 늘고 있지만, 정작 사용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는 병원 측의 자발적인 보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보건복지부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선정된 사업은 2020년 단 한 건도 없었으나 2022년 14건, 2024년 1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25건까지 급증했다. 환자들에게는 최신 의료 혜택을 빨리 받을 기회가 열린 셈이지만, 감사 결과 그 뒤에 가려진 구멍이 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온 기술은 최대 4년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사용된다. 건강보험 체계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보니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적 데이터망에 잡히지 않는다. 결국 정부 산하 공공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기술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유일한 자료는 병원과 신청 업체가 매달 직접 써서 내는 보고서뿐이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병원이 부작용을 숨기거나 사용 횟수를 다르게 적어내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알아챌 수 있는 검증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관련 기관으로부터 초기 데이터를 공유받고는 있지만, 이는 처음 환자를 진료한 뒤 30일 이내의 단발성 정보에 불과하다. 그 이후의 지속적인 진료 과정이나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서는 깜깜이 상태나 다름없다.
앞으로 구축될 관리 시스템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 추진 중인 선진입 의료기술 통합관리 시스템 또한 병원이 직접 실적을 입력하는 자기 보고 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환자의 진료기록부와 대조해 정밀하게 검증하고 싶어도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기술적 제약 때문에 민감한 정보를 시스템에 연동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관리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현장을 직접 조사할 권한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료법 등에 조사 업무를 위탁받을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정작 세부 관리지침에는 보고자료의 진위 확인을 위한 현지 점검 절차나 권한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실무자들이 현장에 나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해도 제도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관리 사각지대는 고스란히 환자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어떤 의료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면 환자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기술인 만큼 더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한데도 지금의 시스템은 사실상 병원의 양심에만 안전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환자 안전 확보와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단순히 신기술의 빠른 도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도입된 기술이 환자에게 정말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는 주문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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