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80% 급등하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7000조원을 넘어섰고, 상승률도 미국 나스닥(13%)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8%)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투자 확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에서는 “1만피는 시간문제”라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와 외국인 매도세, 환율 변수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12일 장중 7999선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쏟아지며 전일 대비 5% 이상 급락하며 7400선 가까이 밀리기도 했다.
◇“반도체, 아직도 싸다”…목표주가 줄상향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를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장’으로 꼽으며 코스피 상단을 9000으로 올려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랠리 중 하나를 기록한 이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도체 기대감을 키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만전자’, ‘190만닉스’를 기록하며 동반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시장에서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로봇 등 3대 성장 엔진의 동시 점화가 기대된다”며 “2027년 PER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4.7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상향했다.
SK하이닉스 전망도 강하다. 김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배 증가한 67조원으로 추정된다”며 “AI 본편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목표주가는 28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피지컬 AI 모멘텀까지 더해지며 자동차와 로봇 관련 종목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KB자산운용은 현대차그룹과 핵심 협력사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를 출시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AI)이 실제로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MSCI 편입 기대감…외국인 자금 유입 본격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규모 면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입이 현실화하면 최대 75조원 규모의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예정된 MSCI 선진국지수 국가 선정을 앞두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외국인통합계좌 등 개인정보 제공 조건을 완화했다.
외국인통합계좌는 해외 현지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번거로움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증권사 IBKR과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를 오픈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한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하나증권·삼성증권 2개사가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유안타·메리츠·미래에셋·신한투자·NH·KB증권 등 6개 증권사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통합계좌는 K증시 선진화의 신호탄”이라며 “장기적으로 외국인 거래대금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시장복귀계좌(RIA)’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28일 기준 18만3087좌였던 RIA 계좌 수는 전날 기준 21만9902좌로 늘었다. 불과 13일 만에 3만6815좌 증가하며 약 20.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잔고 역시 1조2502억원에서 1조6860억원으로 4358억원 늘어나 약 34.9% 증가했다.
지난 12일 정부는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해외 증시에 투자하던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면제 관련 시행령 정비에 나섰다.
◇외국인 매도·환율 변수 변동성 확대 우려
다만 과열 우려 역시 커진다. 최근 상승 흐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초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되면서 종목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는 5월 들어 각각 29.5%, 46.2%, 41.1%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률(18.5%)을 크게 웃돌았다. 세 종목은 5월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의 87.4%를 차지했다.
환율 변수도 남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의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이후 성장률과 기준금리 전망을 상향 반영해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62원에서 1454원으로 낮춰 잡았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 성장률과 기준금리 전망 상향을 반영했다”면서도 “4분기 미국 중간선거와 같은 단기적인 주식시장 호조 이벤트 등이 있을 때 이전보다 더 크게 자금이 유출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차익 실현 매물도 변수다. “급행열차는 빠른 만큼 흔들림도 크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2일 코스피는 장중 7999선까지 치솟았다가 외국인 매도세가 쏟아지며 한때 7421선까지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조4596억원 순매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 모든 수급 주체들 사이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발생하고 있는 구간”이라며 “주중 코스피가 추가 레벨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단기 수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