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하면서 정치권과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를 두고 사회주의식 분배,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반박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의 제안에 "개인 의견"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실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며 '국민배당금'을 제시했다.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사례로 들며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그 운용 수익을 재정 원칙에 따라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며 "(한국형 모델로는)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 활용 방안으로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갈 것인가, 예술인 지원으로 갈 것인가, 노령연금 강화로 갈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 전환 교육 계좌로 갈 것인가 등의 열린 질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설계의 영역"이라고 했다.
다만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이야기"라면서도 "아무 원칙 없이 그 초과 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한 선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단순히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AI 시대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AI 산업의 결실을 정부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공짜 금고'로 여기고 있다면 그야말로 큰 착각이고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반시장적 발상이자, 사회주의식 분배 방식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 이후 코스피 8000 돌파를 눈앞에 두고도 지수는 하락으로 마감했다"며 "이는 김 실장의 제안이 반영되어 나온 결과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 AI 수익 활용한 '시민 배당' 제안으로 시장 교란(Korea Roils Market by Floating 'Citizen Dividend' From AI)'라는 제목 기사와 관련 분석 기사를 통해 김 실장의 발언이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을 야기했다고 보도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의 반도체와 AI 산업 호황 역시 영원히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미래를 위한 재투자는 필수적"이라며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면 국가채무를 줄이고,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투자에 우선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뺏어서 나눠주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짓 아니냐고 말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도 포퓰리즘적 분배 구상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을 국민은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이재명 정부가 기여한 것은 없다"며 "오직 두 회사 임직원의 땀과, '5만전자' 소리를 들으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투자해 온 주주들이 어려운 시절을 인고해온 세월이 있기에, 오늘의 호황이 그분들의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에 주주 배당과 성실한 세금 납부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려는 시도가 바로 반기업 정책"이라며 "'형씨, 요즘 장사 잘되지? 이게 다 우리 동대문 사단이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혼자만 잘 먹고 살지 말고 사단에 돈 좀 싸게싸게 내라고'라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야인시대 우미관식 정치"라고 직격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반박도 나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사회주의식 기업이익 배급제', 반기업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주장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과도한 정치공세에 가깝다"며 "김 실장의 제안은 그 '사용처와 원칙'을 사전에 공론화하자는 것이지, 기업의 경영권이나 배당 정책에 개입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색깔론을 덧씌워 '사회주의'라고 공격하는 것은 미래전략 논의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소모적 정치에 불과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과실을 어떻게 국민 전체의 미래 역량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하고 책임 있는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김 실장의 소셜미디어 게재 내용에 대해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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