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부실공사 뒤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 바로 ‘위장 하도급 업체’다. 주소지만 형식적으로 이전해 지역업체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시공능력이나 안전관리 체계가 없는 업체가 계약을 따내는 행위다.
이들은 저가 입찰로 계약을 확보한 뒤 불량자재를 투입하거나 공사를 재하도급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균열, 침하, 누수 같은 하자가 나타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다른 용도로 전용돼 현장에서는 추락방지망조차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전 매뉴얼도, 장비도, 교육도 없이 외지 인력을 투입한 결과 발생한 참사들이다. 공사 완료 후에는 주소를 다시 이전하거나 사실상 폐업 상태로 만들어 책임 추적이 불가능해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발주자와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경제에 왜곡이 생긴다는 점이다. 통계상으로는 지역업체 참여율이 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지 인력과 자재가 투입돼 지역고용과 세수에는 아무런 기여가 없다.
하도급 업체가 주소지를 이전하는 이유는 공공 공사에서 요구하는 지역업체 우선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 등록 요건을 충족하고 면허 등록지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발주자는 하도급 업체의 위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경제 왜곡, 세금·사회보험 혼선, 노동자 임금 체불, 불법 재하도급 확산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한다. 공사 완료 후 주소를 이전한 상태에서는 증거 확보가 어렵고 행정기관도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위장 하도급 업체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요건 확인을 넘어 실질적 영업 여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도급 계약 시 세금·고용보험 납부 증명 등 실질 요건 확인과 주소 이전 이력 자동 확인시스템 구축과 공사 완료 후 일정 기간 주소 유지 의무, 원도급 업체의 확인 의무 법제화, 하도급 참여 제한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
위장 하도급 문제는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지역경제 왜곡, 노동자 임금 체불, 안전사고라는 삼중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감시망을 촘촘히 하고 원도급 업체와 발주자 모두 책임을 분명히 하는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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