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자사의 미국 AAM 전문법인 슈퍼널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기술 수장을 영입하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항공우주 핵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며 사업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AAM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력을 강화한다. 현대차의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 역량과 KAI의 항공기체 개발 역량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양사는 기술적·인적 자원 공유는 물론 향후 공급망 및 인증, 고객 네트워크 분야까지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AAM은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제시한 4대 미래 신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추진이 더뎠고, 로보틱스·수소·자율주행 등 다른 신사업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다. 전 세계적으로 UAM 시범 사업이 늦춰지거나 무산되면서 우리 정부도 UAM 상용화 시점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미뤘다. 감항 인증·버티포트와 공역 운영 등 핵심 제도와 인프라가 미비한 점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지난해 9월 현대차 신재원 AAM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와 슈퍼널 데이비드 맥브라이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동반 사임하며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C레벨 인사들도 잇따라 회사를 떠나며 리더십 공백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지난 3월 그룹 AAM본부를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로 개편했다. 조직을 슬림화해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는 한편, 전기차 등 기존 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역량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슈퍼널도 최근 전체 인원의 약 80%를 감축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AAM 사업에서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사를 통해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지난 4일(현지시간) 수직이착륙 분야 전문가인 파르한 간디 박사를 슈퍼널 CTO로 선임했다. CEO보다 CTO를 먼저 선임한 것은 ‘기술’을 중점에 두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CEO 선임에 앞서 기술 중심 조직으로 재편을 마무리해 R&D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파르한 간디 CTO는 30년 이상 헬리콥터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등 회전익 항공기 연구에 몸담은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그가 시제품 연구를 넘어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 항공안전청(EASA) 등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넘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체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KAI와의 협력으로 이전보다 한층 수월하게 AAM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다. 현대차는 전기로 동력을 전하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역량을 집중하고, KAI와 슈퍼널은 공동으로 AAM 기체를 개발한다. 자체 조직은 덩치를 줄이고, KAI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짐을 분담해 R&D 전반의 효율화를 추구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AI는 FA-50, KF-21 등 고정익과 수리온 등 회전익을 모두 다루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 기업이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개발하며 전동화 파워트레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충전 기술, 경량화 소재 기술 등을 내재화했다. 스마트팩토리 역량도 경쟁력이다. AAM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체계가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 특유의 효율적 생산 시스템과 품질 관리 역량을 갖췄다.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KAI의 항공 기술이 결합하면서 경쟁력 있는 AAM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AAM 개발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 전반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AAM은 자율비행·충돌 회피 등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술과 저소음·고효율 파워트레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현대차의 핵심 기술과 기술적 연계성이 높다.
현대차 장재훈 부회장은 “한국의 항공우주 산업을 이끄는 KAI와의 협약은 우리가 AAM을 개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큰 힘”이라며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AAM을 선보여 모빌리티의 지평을 하늘길로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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