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네마틱 3부작의 마침표 를 통해 선보인 지독하고 고전적인 아날로그 질감.
- 실패를 딛고 칸과 베니스를 사로잡은 심리 스릴러 제작 및 주연 등 본격적인 영화 작가로의 변신.
- 권위적인 시상식 보이콧 이후 시스템을 초월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구축한 독보적인 음악 제국.
- 방탕한 페르소나를 스스로 폐기하고 진실된 민낯으로 돌아온 인간 에이블 테스파예의 선언.
오는 10월 내한 공연을 발표한 더 위켄드. 그는 2010년대 부터 현재까지, 팝 음악계를 대표하는 존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는 지난 10여 년간 자신을 증명해 온 이 익숙한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대신 본명인 '에이블 테스파예(Abel Tesfaye)'라는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거창한 은퇴식이나 극적인 선언 대신, 그는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에 출품하며 조용히 다음 스텝을 밟아가는 중이다. 화려한 팝스타로서의 한 챕터를 닫고 새로운 궤도에 진입한 위켄드, 그에 대해 다시 짚어봐야 할 4가지 사실을 모았다.
1. 디지털 황제의 아날로그 사운드
상파울루에서의 스타디움 공연에서 신곡들을 선공개한 바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위켄드의 시네마틱 3부작은 〈After Hours〉에서 시작되어 〈Dawn FM〉을 거쳐, 2026년 〈Hurry Up Tomorrow〉를 통해 마침표를 찍었다. 위켄드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마지막 유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2010년대 부터 전성기를 연 위켄드는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 황제로 군림했다.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 1억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그가, 마지막 앨범에서 지독할 정도로 아날로그적 질감에 집착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위켄드는 2024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의 스타디움 공연을 열고, 신곡들을 선공개하며 아날로그 사운드를 예고한 바 있다.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사운드는 귀를 자극하는 전자음이 아니라, 턴테이블 위에서 바늘이 긁히는 듯한 물리적인 노이즈와 빈티지 악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로우한 텍스처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소비되지만, 가장 고전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고집은 위켄드의 음악적 색채를 더 진하게 만들어준다.
2. 시네필 위켄드
제니, 제나 오릍테가, 배리 키오건 등 인기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 〈디 아이돌〉을 제작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위켄드의 흑역사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란다. HBO 시리즈 〈디 아이돌(The Idol)〉을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비평가들은 ‘자아도취에 빠진 오판’이라며 조롱 섞인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는 보란 듯이 진짜 스크린의 중심부에 안착했다.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과 손을 잡고, 제나 오르테가와 배리 키오건이라는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주연 및 제작, 각본까지 맡은 심리 스릴러 영화는 칸과 베니스를 술렁이게 했다. 위켄드는 〈디 아이돌〉의 실패를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에서 배운 할리우드의 생리를 신작 영화의 각본에 녹여냈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었던 마틴 스코세이지나 데이비드 핀처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이제 그는 직접 카메라 뒤에서 자신만의 누아르를 연출하는 작가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영상을 찍던 뮤지션 위켄드의 시대를 저물고, 음악과 영화를 디렉터 에이블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3. 그래미의 부재가 만든 존재감
제67회 그래미 어워드 당시 무대 모습이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과거 자신의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서 전면 배제되었을 때, 위켄드는 “그래미는 부패했다”고 일갈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2026년, 제68회 그래미 어워드 현장에서도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상식 내내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그곳에 없던 에이블 테스파예였다. 권위적인 시상식의 트로피가 없어도 그는 이미 ‘대중음악의 새로운 황제’다. 전 세계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팬들의 함성과 실시간 스트리밍 차트가 이를 대변한다. 시상식이라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한 그의 행보는 현대 팝 씬에서 권위의 이동을 상징하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래미가 그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가 그래미를 버린 것이다.
4. 안녕, 위켄드. 반가워, 에이블 테스파예
더 위켄드는 이제 에이블 테스파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탄생한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가장 충격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슈는 역시 이름의 폐기다. 그는 이미 2023년부터 점진적으로 진행해 온 리브랜딩의 최종 단계로, 2026년 모든 공식 플랫폼에서 ‘The Weeknd’를 삭제했다. 이제 우리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본명인 ‘에이블 테스파예(Abel Tesfaye)’다. 이것은 예명을 바꾸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약물, 방탕한 섹스, 고독, 파괴적인 로맨스로 대변되던 ‘더 위켄드’라는 픽션의 캐릭터를 작가 스스로 지우고, 한 인간으로서의 본령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After Hours〉 시절 얼굴에 감았던 붕대와 기괴한 성형수술 분장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가짜 세계에 대한 풍자였다. 이제 그는 그 붕대를 완전히 풀어헤치고, 흉터 가득하지만 진실된 민낯을 드러냈다. 에이블 테스파예로서 그가 내딛는 첫발은 훨씬 더 내밀하고, 정치적이며, 철학적이다.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페르소나를 정점에서 스스로 폐기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우리가 에이블을 2026년에도 여전히 쿨한 아이콘으로 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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