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KOSPI)가 지난 1월 말 사상 첫 5000포인트 시대를 연 것에 그치지 않고 8000선을 바라보는 등 역사적 랠리를 이어가면서 금융권 자금 흐름 구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예·적금과 보험에 머물던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펀드·퇴직연금 등 투자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은행·보험·증권 간 경계도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본지는 '투자 대중화' 흐름 속에서 금융권 수익 구조와 고객 경쟁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편집자주]
코스피 급등 이후 금융사들의 사업전략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은 예대마진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자산관리(WM)·퇴직연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증권사는 투자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보험사 역시 저축성보험 이탈에 대응해 투자형 상품 확대 전략을 검토하면서 금융권 전반이 고객자산 체류시간 최대화에 힘쓰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 본인가안이 통과된 토스뱅크는 오는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 이후 연내 펀드 직접 판매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이 단순 수신 플랫폼을 넘어 투자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토스뱅크는 향후 퇴직연금과 신탁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목돈굴리기' 서비스를 기반으로 투자 고객을 플랫폼 안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목돈굴리기 누적 공급액은 23조7000억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단순 예금 유치보다 WM·퇴직연금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퇴직연금 시장이 장기 운용자산(AUM) 확보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조직 확대와 플랫폼 강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퇴직연금 사외 적립 확대 및 기금형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며, 연내 입법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을 넘어 국내 최대 기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타깃데이트펀드(TDF)·로보어드바이저·연금 콘텐츠 서비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수신 경쟁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고객 자산을 장기간 운용자산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증시 활황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2일 실적 발표를 통해, 국내 증권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신한금융지주 실적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1079억원) 대비 167.3% 증가했다. KB금융지주 실적자료 기준 KB증권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1799억원에서 347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반면 보험권에서는 저축성보험 자금 이탈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대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총 2조828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953억원) 대비 23.2%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증시 활황에 따른 자금 이동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과열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429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 및 투자위험종목에 대한 미수거래 제한 완화를 추진하면서 레버리지 투자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고객 자산을 얼마나 오래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느냐가 향후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예금·대출·보험·주식 중심으로 업권이 구분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연금·보험·생활금융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애형 금융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활황 이후 고객들의 금융 활동 자체가 투자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사 경쟁력은 단순 점포 수나 금리보다 고객 자산과 금융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플랫폼 안에 묶어둘 수 있느냐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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