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디지털융합산업협회(회장 김기흥)는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민병덕 의원·상생과통일포럼 공동 주최로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 경제의 기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와 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 디지털커런시거버넌스그룹(DCGG)이 공동 주관했다.
행사에는 글로벌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와 리플(Ripple) 관계자들이 참석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동향과 주요국 규제 사례를 공유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디지털 경제에 가져올 기회와 시장 성장 가능성, 제도화 방향 등을 주제로 국회·정부·업계가 함께 논의를 진행했다.
◆ "원스코·달스코 시대"…정치권 "디지털금융 주도권 확보해야"
이번 세미나 개회식은 유순덕 한세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회사를 통해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김상훈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경기대 명예교수)이 환영사를 진행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디지털자산을 넘어 미래 디지털 경제와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형 제도 설계와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은 "지난해 160조원에 달하는 국내 자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의 유효한 도구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일본·홍콩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달스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원스코'로 표현하며 "달러 스테이블코인 쓰나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스코는 단순 방어 수단이 아니라 한국 산업과 실제 거래를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하는 공격적 수단"이라며 지역 상권 결제와 K-콘텐츠 글로벌 팬덤 경제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한국은 남이 만든 규칙을 따라가는 시장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시대 질서를 만드는 선도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경기대 명예교수)은 "앞으로의 경쟁은 기술 자체보다 금융 인프라와 제도 설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160조 해외 유출"…입법 지연 속 한국형 규제모델 논의
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 겸 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 사무총장은 "국내 입법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타이거리서치와 코인게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160조원의 국내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했고 국내 5대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잔고도 약 55% 감소했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KRWQ도 이미 이더리움 기반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논쟁 사이 역외 원화 디지털자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일본의 등록 중개기관 제도, 홍콩의 신탁 격리 규제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공통 원리는 차단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미카(MiCA)와 영국 규제 모델을 비교하며 영국식 위험비례 규제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EU는 거래량 제한과 사전인가 중심의 강한 규제를 택했지만 일부 시장 참여자 이탈과 규제 차익 현상이 나타났다"며 "영국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코인에만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균형 모델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조슈아 타운슨(Joshua Townson) 디지털커런시거버넌스그룹(DCGG) 글로벌 정책 총괄도 "규제의 핵심은 기술과 실제 활용 사례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소비자 보호와 산업 성장의 균형을 맞춘 스마트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규제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기술과 활용 사례를 이해한 상태에서 비례적이고 정보 기반의 규제를 설계하는 것"이라며 "규제당국과 업계 간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AI 결제 시대 온다"…테더·리플·퍼스트디지털,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능성 주목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을 차세대 디지털금융 거점으로 평가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규제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송금·결제 구조 변화와 AI 기반 자동결제 시장 확대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빈센트 촉(Vincent Chok) 퍼스트디지털(First Digital)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의 진화를 1.0 거래, 2.0 디파이(DeFi), 3.0 결제, 4.0 에이전틱 경제 단계로 구분했다.
촉 CEO는 "기존 국제송금은 2~3개 대리은행을 거치며 3~5일이 걸리고 비용도 2~4% 수준이지만 FDUSD 기반 결제 레일은 초 단위에 0.1% 미만 비용으로 즉시 정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제도와 싱가포르 규제 정비 흐름도 소개했다. 또 AI 에이전트가 API·데이터·연산 사용료를 자동 결제하는 'x402' 프로토콜과 자체 결제 인프라 '파이낸스 디스트릭트(Finance District)' 구상도 공개했다.
이어 자일스 딕슨(Giles Dixon) 테더(Tether) 글로벌 규제·라이선스 총괄(Global Head of Regulatory Affairs and Licensing)은 AI 기반 결제 경제 확대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딕슨 총괄은 "AI 에이전트 경제와 디지털 결제 구조 확산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한국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유동성과 정산 목적이 강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결제와 실물경제 기반 활용 사례로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경제가 새로운 핵심 사용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5년 안에 3~5조달러 규모 결제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와 봇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이자 국경 없는 결제 수단으로 AI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 구조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투자자와 한국 시장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딕슨 총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자산 안전성과 이용자 자산 보호"라며 규제와 소비자 보호 중요성도 강조했다. 또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단순 발행이 아니라 은행·브로커·거래소·마켓메이커 협력이 필요한 복합 산업"이라며 "신뢰와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기조연설에 나선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Ripple) 글로벌 정책 공동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규제 기반 신뢰"라고 강조했다.
아드바니 공동총괄은 "지난 12개월 동안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약 13조1000억달러 규모 결제가 처리됐고 총 거래 건수는 약 159억건 수준에 이른다"며 "활성 송신 주소는 3억800만개, 활성 수신 주소는 3억6920만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국제결제망은 3~7영업일과 5~8% 수준 비용이 발생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수초 내 결제가 가능하다"며 "실시간 거래 추적과 투명성 확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규제가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며 "100% 준비금과 독립 외부감사, 강력한 감독 체계가 글로벌 공통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규제와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 싱가포르통화청(MAS) 체계, 일본 자금결제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주요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 작업을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아드바니 공동총괄은 "한국은 이미 디지털자산 참여도와 기술 인프라 수준이 높은 국가"라며 "지금 어떤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도 있고 반대로 주도권을 해외에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은행 중심 안정성 vs 시장 개방"…패널토론서 제도 방향 공방
이날 패널 토론 '금융혁신과 디지털자산 정책 라운드테이블'에는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성기철 금융위원회 국장,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회장이 참여했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한국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속도가 글로벌 흐름에 비해 지나치게 늦다"며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농협에서 빗썸·코인원 실명계좌 확인을 처음 진행했지만 지금까지도 기본법이 정비되지 못했다"며 "당시 조금 더 빨리 법을 만들었더라면 디지털 산업 발전 속도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제외됐다고 들었다"며 "일본은 엔화 스테이블코인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늦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60조 해외 유출' 프레임에만 매몰되는 점을 경계했다.
유 전 사장은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지급결제 시스템 변화 속에서 한국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24시간 거래 체계가 확산되면 금융·결제 시스템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기철 금융위원회 국장은 초기에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현실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국장은 "한국은 진입 규제가 강한 대륙법 체계라 초기에는 은행 중심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행정·재정 집행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규제 이슈이면서 동시에 디지털 금융 산업"이라며 "처음부터 시장을 막기보다 경쟁과 혁신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은 "초기에는 소비자 보호와 준비금 관리 측면에서 은행 중심 발행이 안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시장 안착 이후에는 비금융·핀테크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국의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조원희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회장 겸 법무법인 DLG 대표변호사가 좌장을 맡고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 오종욱 웨이브릿지 공동대표, 조진석 KODA 대표, 조슈아 타운슨(Joshua Townson) DCGG 글로벌 정책 총괄, 자일스 딕슨(Giles Dixon) 테더 글로벌 규제·라이선싱 총괄, 빈센트 촉(Vincent Chok) 퍼스트디지털 CEO 등이 참석해 한국의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논의에서는 글로벌 토큰증권(STO) 시장 경쟁력 확보와 AI 결제 시대 대응을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과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달러뿐 아니라 원화 기반 로컬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은 "일본, 미국, EU, 홍콩 등 주요국 규제 프레임워크의 성과를 발행사 당사자로부터 직접 청취해 한국형 모델 설계에 활용할 것"이라며 "이 흐름은 AI 에이전트,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는 미래 금융 인프라 정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큰증권 시장의 온체인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검토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와 자본시장법 개정 간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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