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큰 침수 피해를 입었던 충남 당진 전통시장 일대에 올해도 수해 공포가 번지고 있다. 기상청이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주민들은 “또 물이 들어올까 두렵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투데이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진 전통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은 지난해 수해의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장마철을 앞두고 있다.
충남 당진은 지난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폭우 피해 지역이었다. 당시 당진에는 이틀간 377.4mm의 비가 쏟아졌고 일부 지역은 450mm를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통시장 일대는 당진천 수위 상승으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침수됐고 상가와 주택 곳곳이 물에 잠겼다. 침수 주택 지하실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피해 주민과 상인들에게 국가재난지원금이 지급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시장은 과거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수해 이후 시장을 떠난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한때 상점들이 빼곡했던 거리는 군데군데 비어 있고 일부 상인들은 흩어져 다른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폭우 이후 하천변 인근으로 가게를 옮긴 한 철물점 점주는 여전히 불안을 호소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비만 온다고 하면 걱정부터 된다”며 “하천변이다 보니 배수가 제대로 될지 또 물이 넘치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인다”고 호소했다.
이어 “원래도 경기 침체와 시장 노후화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는데 폭우까지 겹치면서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특히 나이 많은 상인들은 거의 손을 떼고 시장을 떠났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인근 교회 관계자 역시 올해 장마 대비와 관련한 안내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본보에 “당진시에서 어떻게 대비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 공사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설명을 듣지 못해 뭔지는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상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매년 폭우로 초토화가 되는데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개천이 넘치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봐야 한다”며 “다른 지역처럼 당진천을 복개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진시는 올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에 대비해 유관기관 합동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침수 취약지역 중심의 예방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29일 당진시장애인회관 일원에서 당진전통시장 등 저지대 주택·상가 침수 피해 대응을 위한 양수기 가동 교육훈련도 실시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일대 배수시설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본보에 “당진 성결교회 앞에 설치 중인 빗물펌프장은 현재 공정률이 23% 정도”라며 “여름철 우기 전 시험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탑동초등학교 쪽도 지난해 침수 피해가 있었던 만큼 300톤 규모의 빗물펌프장 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어시장과 채운동 일대에는 올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8개소에 차수판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대피 체계도 강화됐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무엇보다 주민 대피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충남 차원의 ‘세이프존’ 체계를 통해 취약계층 3203명을 발굴했고 대피 담당자와 대피 장소를 매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가운데 자력 대피가 어려운 172명에 대해서는 1명당 3명씩 대피 지원 인력을 연결했다”며 “공무원과 자율방재단, 이·통장, 주민들이 함께 대피를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난을 두 차례 겪으며 얻은 경험이 있는 만큼 올해는 할 수 있는 만큼 대비하고 있다”며 “시민들도 집 주변 배수구나 위험목 등을 미리 점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지역사회에서는 배수시설 보강과 대피 지원만으로는 반복되는 침수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진시 김희봉 농민회장은 본보에 “당진천 주변으로 주거시설이 늘면서 토양 흡수는 줄고 빗물이 포장도로를 따라 당진천으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며 “집중호우가 내리면 현재 구조로는 물을 다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김 회장은 당진천 하류의 배수 구조상 하천 수위와 인근 담수호 수위가 함께 관리돼야 한다고 봤다. 집중호우 때 당진천으로 빗물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상황에서 하류부 수위가 높게 유지되면 물 빠짐이 늦어지고, 저지대인 전통시장 일대의 내수 배제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폭우가 예측될 때는 가장 가까운 저수지인 석문호 수위 조절에도 지자체가 함께 관여할 수 있는 공동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상류에 유수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소통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폭우 방지 작업처럼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는 이해당사자와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소통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불만이 주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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