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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과 스롱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27시즌 프로당구 PBA-LPBA 미디어데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새 시즌을 앞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LPBA를 대표하는 ‘우승 단골손님’답게 두 선수 모두 여유가 넘쳐흘렀다.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김가영이 ‘절대 강자’다. 김가영은 LPBA 통산 18회 우승을 기록 중이다. 여자 프로당구 최다 우승자다. 지난 시즌에도 월드 챔피언십 대회 포함, 4승을 챙기면서 LPBA 무대를 지배했다.
스롱은 통산 9회 우승으로 김가영의 뒤를 잇고 있다. 우승 횟수는 두 배 차이다. 한때는 김가영과 스롱과 양강 구도를 이루며 최다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 몇 시즌 무게추는 김가영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
하지만 통산 우승 2위 스롱이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부담을 내려놓고 재도약을 예고하면서 둘의 팽팽한 라이벌 구도가 재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롱은 2023~24시즌까지 7승을 거뒀지만 이후 500일 넘게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25~26시즌에 2승을 거두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가영은 새 시즌을 앞두고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몇 승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대회는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심 전 대회 우승 욕심까지 살짝 내비쳤다.
비시즌 준비 과정에 대해선 “여행을 좀 다녔고,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했다. 이어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부족해 아직 찐살을 다 못 뺐지만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훈련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향은 조금씩 바뀌지만 훈련 시간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지금 자신의 3쿠션이 한 단계 달라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는 “3쿠션을 배우는 것이 제2의 언어를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어를 익힐 때 처음엔 모국어로 생각한 뒤 다시 외국어로 바꾸듯, 3쿠션도 그동안은 한 번 걸러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그 언어로 생각하고 꿈도 꾸게 되듯, 지금 제게 3쿠션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시간 같다”면서 “처음에는 애버리지나 몇 승 같은 숫자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조금 더 나다운 공을 치고, 더 완벽한 모양의 공을 찾아가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포켓볼 선수 출신인 김가영에게 3쿠션 적응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는 “포켓 선수들이 말하는 반두께와 3쿠션에서 말하는 반두께가 다르다”며 “두 종목을 모두 해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내 언어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가영은 이런 어려움을 오히려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더디고 어렵게 오는 만큼 어떤 깨달음을 얻을 때 더 크게 얻는 부분이 있다”며 “계속 쏟아붓다 보면 풀리지 않던 것이 다른 공부를 하다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조금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스롱에게도 이번 시즌은 중요하다. 김가영이 독주를 시작하기 전 오히려 앞서 나갔던 스롱이다. 폭발적인 득점력과 과감한 공격으로 ‘캄보디아 특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창기 LPBA 흥행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김가영이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반면, 스롱은 예전만큼 압도적인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당구 외적인 문제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앓았다. 고국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문제가 생겼고 경제적인 피해도 입었다.
스롱이 당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이 김가영과 격차도 벌어졌다. 현재 구도만 보면 김가영은 지키는 자, 스롱은 다시 쫓아가야 하는 도전자다.
스롱은 반등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자신을 괴롭히던 여러 문제가 해결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과 주변의 기대를 내려놓고 다시 자신의 당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예전의 집중력과 공격성을 회복한다면 김가영의 독주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다.
스롱은 “그전에는 당구 외에도 여러가지가 복잡하다보니 집중을 하지 못했다. 계속 지니까 집에서 맨날 잔소리만 들었다”며 “지금은 연습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 남편이 많이 지원해줘 마음 편하게 당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그전에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당구는 왜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구 연습을 하느라 너무 많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팬들이 깜짝 놀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김가영 선수와도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경쟁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스롱은 당구 외적으로도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캄보디아의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서 끝까지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스스로 행복해야 남들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 시즌 LPBA의 핵심은 김가영의 독주가 계속될지, 스롱이 다시 균형을 맞출지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는 LPBA 흥행의 중심축이다. 김가영이 더 완성도 높은 ‘나다운 공’을 앞세워 독주를 이어갈지, 스롱이 부담을 내려놓고 다시 우승 경쟁에 불을 붙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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