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화장품 제조 및 브랜드 진입 장벽 완화로 시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트렌드 변화에 맞춘 빠른 출시 경쟁으로 인한 제품 안정성 및 품질 검증 미비 등 각종 부작용이 빈발하면서 K뷰티에 대한 신뢰를 비롯, 소비자 피해 예방과 같은 주요 사안들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내용물 변색, 틴트 어플리케이터 털 빠짐, 용기 누액, 패키징 불량 등 소비자 불만 사례가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화장품 책임판매업 등록과 ODM·OEM 생산 구조를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 론칭이 가능해진 만큼 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과정에서 안정성 검증과 품질관리(QC)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제품이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최근 인디 브랜드와 소규모 제조사 확대로 시장 경쟁이 과열된 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기획부터 처방 개발, 안정성 테스트, 용기 적합성 검토, 양산까지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트렌드 대응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제품 출시 주기 자체가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수를 약 4800곳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형 ODM사는 자체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 영세·신생 업체의 경우 초소량 생산과 낮은 단가를 강점으로 인디 브랜드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안정성 검토보다 출시 속도와 콘셉트 구현이 우선될 경우 품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색소와 오일, 왁스, 향료, 보존 성분 등이 복합적으로 배합되는 데다 빛과 열, 공기 노출에 따라 변색이나 제형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색조제품의 특성상 품질 관리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히는 만큼 요주의가 필요하지만, 제품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요 제조사 및 브랜드 역시 일부 색소 성분이 조명이나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광안정화 처방과 장기 안정성 테스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시장 내 과당경쟁 양상으로 출시 일정 및 비용 부담으로 충분한 광테스트와 안정성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채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부자재 품질 문제 역시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틴트 어플리케이터 털 빠짐, 용기 밀폐 불량, 펌프 오작동, 내용물 누액 등은 사용 불편을 넘어 위생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립 제품처럼 점막 가까이에 사용하는 제품은 변질이나 오염 우려가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중소 ODM·OEM 업체를 중심으로 패키징 불량이나 용기 문제 등 각종 품질 이슈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있다”며 “오히려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서는 대형 ODM사의 품질관리 역량과 안정성을 더 신뢰하게 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신생 ODM·OEM 업체들이 기존 인기 제품과 유사한 처방을 참고해 원료나 색소, 부자재를 일부 변경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처방 일부만 바뀌어도 실제 안정성과 사용감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처럼 보이더라도 색소 배합과 보존 시스템, 용기 재질, 어플리케이터 품질 등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NS와 플랫폼 중심 소비 구조 역시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뷰티 시장에서는 성분과 제조 이력보다 발색 영상과 패키지 감도, 인플루언서 후기, 썸네일 이미지가 구매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행 색상과 제형이 빠르게 확산되면 브랜드는 짧은 시간 안에 유사 콘셉트 제품을 출시하고, 반응이 오면 곧바로 리오더와 라인 확장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품질 검증보다 시장 반응 확인이 우선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품질 리스크가 개별 제품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품질 사고가 반복될 경우 브랜드 신뢰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쇼핑 코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일부 저품질 제품 경험이 해외 소비자들의 K뷰티 전반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색조 제품은 빛과 열, 보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 원료나 색소가 일부만 바뀌어도 안정성과 품질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며 “출시 속도가 빨라질수록 광테스트나 장기 안정성 검증 같은 기본적인 품질 검증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색 자체가 곧바로 알레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존재하기도 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질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저품질 사례가 반복되면 국내 화장품 전반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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