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체계가 ‘여객 연동형’으로 전환되면서 대형 면세사들의 거점 확보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 ‘콘텐츠·공간 다양성’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7일 인천공항 DF1 권역(화장품·향수, 주류·담배) 입점, 현대면세점 또한 지난달 28일부터 DF2 권역에서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현대면세점은 기존에 보유했던 명품 및 패션·잡화(DF5·DF7) 권역에 화장품과 주류 라인업까지 더하면서 인천공항 내 최대 규모의 면세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면세점 변화의 배경에는 새롭게 개편된 임대료 체계가 있다.
과거 인천공항은 여객 수와 관계없이 입찰 당시 써낸 금액을 그대로 지불하는 ‘고정 임대료’ 방식을 고수했으나, 경기 불황 시 사업자의 적자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여객 연동형(객당 임대료)’ 체계로 전환, 입점 업체들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공항 거점을 확보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입찰가 제시·송객 수수료 부담 요인 등으로 내실 있는 경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익성 악화와 출혈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위해 검증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위주로 입점이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논리로, 특히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면세사들이 공격적인 외형 확장 전략을 펼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중소·신진 브랜드들이 입점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면세업계 안에서는 이미 초고가 브랜드만 살아남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 집객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중저가 브랜드나 신규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면세점 간 상품 구성의 차별성 상실이 브랜드 획일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 축소와 면세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유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면세점과 공사가 협업해 전면적으로 리뉴얼하는 등 고객이 체류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혁신이 동반돼야만 유통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명품 위주 입점 전략에 머물러 있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에 면세점 업계 내에서는 전통적인 판매 중심 매장을 줄이는 대신 미술 전시, F&B, 팝업스토어 성지로의 공간 재정의와 쇼핑 경험을 가치로 환원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체류 시간 점유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신세계면세점 같은 경우 출국 시 구매 횟수에 따라 스탬프를 적립해주는 ‘플라이퀀시’를 도입했다. 여행과 쇼핑 경험의 반복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락인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혈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의 구매 경험을 자산처럼 축적해 차별화된 혜택으로 환원하는 새로운 고객 경험 전략인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2026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 후원을 통해 유망한 K-굿즈를 발굴, 수상자와 공동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등 중소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월드타워점에 민화 전문 매장인 ‘K-뮤지엄 & 기프트’를 열고 캐릭터 ‘해치’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K-컬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에 맞서 면세점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실시간 시중가 비교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가격 정책을 수립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본연의 유통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중소 브랜드나 신규 브랜드를 발굴해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상품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면세점에서만 접할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 외형 확장에 치중하기보다,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내실 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남 교수는 “현재 면세 시장은 명품 쇼핑 위주에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느껴보는 체험형 소비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했다”며 “단체 관광객보다는 개별 관광객이 주류가 된 흐름에 맞춰 SNS 마케팅을 강화, 기존의 획일적인 스트리트형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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