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피고인 300여명…NYT "국선변호인 대리 금지"
표결서 93대 0으로 만장일치 통과됐으나 법치주의 훼손 논란 여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공격을 저지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을 재판하기 위한 특별 군사재판소 설치 법안이 이스라엘 국회(크네세트)에서 11일(현지시간) 통과됐다.
이 법안은 총 120석인 국회에서 찬성 93표, 반대 0표로 가결됐다.
대상이 되는 피고인들은 10·7 테러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구금돼 있는 인사들로, 그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300여명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스라엘 당국은 유대 민족에 대한 범죄, 반인류 범죄, 전쟁 범죄 등 죄명을 적용해 이들을 기소할 예정이다.
해당 혐의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자동적으로 항소법원에서 항소심이 열리고 국방부 장관과 국회 산하 감독위원회가 사형에 대한 최종 검토를 하게 된다.
하마스의 10·7 테러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약 1천200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납치됐다.
이스라엘에서 사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은 나치 친위대(SS) 중령으로 유대인 집단학살의 실무 총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의 사례가 마지막이었으며, 당시에는 특별재판부가 예루살렘 지방법원에 설치돼 1961년부터 1962년까지 재판이 열렸다.
10·7 테러공격에 대한 특별 군사재판소 재판은 평상시 이스라엘 형사재판과 달리 특별한 규정이 적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변호사를 둘 수 있으나 공공변호인단 소속 국선변호인이 이들을 대리하는 것은 금지된다.
피고인들의 직접 출석 의무는 일부 재판기일에만 부과될 예정이다.
또 재판부는 일부 증거법칙과 다른 형사재판 절차를 적용하지 않을 권한을 갖게 된다.
피해자들은 직접 출석해서 증언하거나 혹은 서면으로 증언할 수 있다.
이번 재판은 공개로 열리며, 촬영되고 방송도 된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보도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설립될 특별 군사재판소는 대법관 자격을 갖춘 인사 또는 법무부 장관이 외무부 장관과 협의해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국제적 법조인인 15명의 재판관으로 꾸려진다.
개별 사건은 재판관 3명이 심리하며, 피고인이 여러 명인 사건은 재판관 5명으로 재판부가 구성된다.
항소심은 재판관 15명인 전원재판부가 맡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판관 임기는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며, 이 점은 재판이 장기간에 걸쳐 열릴 것임을 시사한다.
피고인들의 변호 비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로부터 압류한 세금에서 충당될 예정이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이스라엘 법집행 당국자들을 인용해 아직 공소장이 최종 완성되지 않았으며 실제 재판이 시작되기까지는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TOI에 따르면 이번 특별 군사재판소 설립 비용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는 별도 청사 건립과 약 400명에 이르는 군인·공무원 채용이 필요하다며 50억 셰켈(약 2조5천600억원)을 추산치로 제시했으며, 재무부는 20억 셰켈(1조2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은 법안 통과 후 "이로써 정의가 실현되고 이 끔찍한 학살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그리고 대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정 소속 연립여당인 '종교 시온주의당'의 심카 로트만 의원과 함께 법안을 공동 발의한 강경 우익 야당 '이스라엘 베이테이누'(이스라엘은 우리의 집) 소속 율리아 말리놉스키 의원은 "현대판 나치 상대 재판이 될 것이며,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 단체와 국제사회는 이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모케드', '고문 반대 위원회', '아달라' 등 이스라엘 인권 단체 3곳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공정한 형사 사법의 모든 원칙을 징벌적이고 보복적인 구경거리로 종속시킨다"고 비판했다.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긴 했지만, 이스라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와 TOI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 크네세트 본회의장에서는 아랍계 야당 '타알'의 대표인 아흐마드 티비 의원이 이 법안의 문제점에 관해 발언하는 도중 방청석의 유가족들이 그를 비난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가자지구에서 친척을 잃은 티비 의원은 "나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복수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항변했다.
NYT에 따르면 야당인 이스라엘 공산당 소속 오페르 카시프 의원은 표결 전에 "재판소가 복수심에 이끌려 범죄자의 판결을 결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불행히도 이것이 바로 이 법안이 목표로 하는 바"라고 비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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