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ADHD 폭증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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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ADHD 폭증의 이면

일요시사 2026-05-12 11:24: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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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ADHD 환자가 폭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 10대 환자 수는 9만명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ADHD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난 ADHD 치료제에 원인이 있었다.

최근 교실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시험 기간이면 책상 위에는 에너지음료나 커피는 필수다. 하지만 카페인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고 있다. 성적과 집중력, 체력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의 힘’에 기대기 시작한 것이다.

비의료적 목적

최근 치료 목적이 아닌데도 의료용 마약류를 경험한 청소년이 흡연 경험 청소년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일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담배보다, 성과와 효율을 위한 약물이 더 깊숙하게 교실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비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한번이라도 흡연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4.2%)보다 높은 수치다. 오남용 약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ADHD 치료제였다.

최근 6개월 내 비의료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청소년 중 24.4%가 ADHD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답했다. 식욕억제제(20.0%), 수면제(13.3%), 항불안제(13.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23.1%는 한 달 평균 20회 이상 약을 사용했다고 답해 1회성이 아닌 중독 수준의 단계에 접어든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DHD 치료제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왜곡돼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시험 기간에 효과 봤다”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는 후기성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ADHD 치료제를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ADHD 치료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확산됐다. 온라인 맘카페와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험 기간에 효과를 봤다”는 식의 후기들이 퍼지면서 ADHD 치료제가 일종의 학습 보조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학군지에서는 학원 강사나 주변 학부모 권유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명 중 1명 “비의료 목적 복용”
병원 돌며 처방받고 텔레그램 거래

ADHD 진료 환자와 처방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ADHD 진료 환자는 2020년 7만9248명에서 지난해 26만251명으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 역시 461억원에서 1909억원으로 314% 급증했다. 특히 1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10대 ADHD 환자는 9만4000여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이점은 ADHD 치료제의 처방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이른바 ‘학군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강남 3구는 수년째 ADHD 치료제 처방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ADHD 치료제가 한동안 품절 대란이 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ADHD 치료제 자체를 문제시하는 시선에는 선을 긋고 있다. ADHD는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고, 전문의 진단과 처방 아래 약물을 복용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게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을 벗어난 오남용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병원을 돌며 약을 처방받고, 온라인에서는 불법 유통까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ADHD 치료제를 ‘집중력 강화’ ‘수험생 영양제’ ‘공부 잘되는 약’ 등으로 홍보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으로 구매자를 유도한 뒤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능 전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집중 점검한 결과 ADHD 치료제를 불법 판매·광고한 게시글만 700건 넘게 적발됐다. 판매 글에는 “시험 기간 효과 좋다” “당일 배송 가능” “집중력 향상” 등의 문구가 버젓이 사용됐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청소년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음 알게 된 경로로 유튜브·SNS·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꼽았다. 온라인 환경이 약물 정보와 구매 창구 역할까지 동시에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ADHD 치료제는 일반 불법 마약과 달리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낮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향정신성의약품임에도 “병원 약이니까 괜찮다” “남들도 먹는다”는 식으로 위험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 효과 봤다” ‘약발’ 공부
부유층 엄마들 입소문에 품절 대란까지

식약처 역시 최근 온라인 유통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ADHD 치료제 불법 판매 게시글을 추적하고 있으며,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에만 수십곳의 의료기관이 과다 처방 의심으로 수사가 의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들이 계정을 수시로 바꾸고 텔레그램 등 익명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다, 병원 처방이라는 ‘합법 경로’가 존재해 일반 마약류보다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ADHD 치료제 오남용 현상을 학생들의 일탈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소년 약물 의존 현상 뒤에는 과열된 입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 오래, 더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이 학생들을 점점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 카페인 섭취는 이미 보편적이다. 시험 기간이면 에너지 음료와 커피를 찾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잠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 61.2%는 최근 6개월 동안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에 10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도 10.8%에 달했다.

특히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에서 두드러졌다. 카페인을 찾는 이유로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ADHD 치료제 오남용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욕망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학생들을 약물로 향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특히 약물이 ‘자기관리 수단’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점을 우려한다. 성적은 물론 체형과 집중력, 체력까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물에 대한 심리적 경계선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남용 현상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금의 현상이 단순한 약물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휴식은 점점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버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강해질수록 아이들은 더 빠르고 강한 방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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